[시그널] 라임사태 불똥 튄 기업...투자금 전액 손실도

에어부산·삼영무역·명문제약 등
투자법인들 원금회수 불가능 판단
작년 결산 재무제표에 손실 처리
환매중단 펀드 규모 1.7조 달해
피해금액 더 늘어날 가능성도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만만치 않은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법인들이 2019년 결산 재무제표에서 손실 처리하면서 피해 규모가 드러나고 있다.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기업들이 차츰 늘고 있는 만큼 피해액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넥센(005720)그룹의 지주사 ㈜넥센은 라임자산운용이 조성한 플루토TF-1호(무역금융펀드)에 20억원을 투자했다가 투자금의 절반인 10억원가량을 재무제표상 평가손실로 반영했다.


무역금융펀드는 기초자산인 해외 펀드가 폰지 사기 등에 휘말려 사실상 원금 전액인 2,400억원대의 손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넥센은 “지난해 4·4분기 중 환매 지연이 발생해 투자금의 절반을 평가손실로 반영했다”면서 “피해구제를 위한 분쟁조정이 예정돼 있지만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금 전액을 손실로 인식한 기업들도 있다. 국내 안경렌즈 시장 1위 업체 삼영무역(002810)은 ‘라임AI스타1.5Y사모투자신탁’에 투자한 2억원을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전액 손실로 반영했다. 명문제약(017180)도 우리은행을 통해 라임의 펀드에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투자 펀드명과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30억원가량의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보인다. 라임 펀드에 4억원가량 투자한 이건홀딩스(039020)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건홀딩스는 ‘라임Top-2밸런스6M’ 사모펀드에 투자했지만 이 펀드는 지난 10월부터 만기가 기한 없이 연장된 상황이다. 무역금융 대출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인 ‘글로벌아이무역금융5 1호’에 50억원가량을 투자한 대교(019680)의 경우 지난해 펀드를 처분했다.

라임 사태로 손실 규모가 크거나 경영상황이 어려운 기업들은 피해 사실을 공개하거나 이를 재무제표에 선제적으로 반영하기에는 부담이 더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 1·4분기의 실적이 좋지 않을 상황에서 사실상 라임운용 투자에 따른 손실도 커 엎친 데 덮친 꼴이다. 에어부산(298690)이 대표적이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6월 테티스 2호와 플루토 FI D-1호의 자펀드에 약 200억원을 투자했는데 대부분이 평가 손실로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은 전체 35개 노선(국제선 30, 국내선 5) 중 이달 32개 노선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팀장 이상 임직원의 임금 20~50%를 반납하고 전체 직원의 70%가 휴직에 돌입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영업손실 378억원을 기록해 11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 펀드의 규모가 약 1조7,000억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드러나지 않은 법인 투자자들의 운용 손실 가능성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의 관계자는 “12월 결산법인의 감사보고서가 계속 나오고 있어 지난해 라임 사태로 운용 손실을 입은 기업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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