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원화값 하락에 강남빌딩까지 파는 해외투자자

수익악화 우려 투자금 회수 조짐
해외자금 오피스 이탈 본격화땐
실물자산으로 위기 전이될수도


한국 오피스 시장에 투자한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내수 경기가 타격을 입고 원화 가치가 급락해 수익률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실물자산으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A자산운용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빌딩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주관사로 외국계 부동산 자문사 C사를 선정하고 잠재적 매수 희망자를 대상으로 티저레터를 발송했다. A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독일계 투자자가 출자한 펀드로 해당 건물을 인수했다. 아직 운용 기간이 남았지만 독일계 투자사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자 조기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7년 건물 인수 당시 15년의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어 경기 악화에도 공실 우려는 적은 상황”이라며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악화할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 업계에서는 서울 강남권 오피스를 최고 안전자산으로 평가한다. 특히 삼성동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본사 건물(GBC)이 들어서고 인근 지역이 복합 개발되는 등 자산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오피스 투자 환경도 나쁘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보험사·연기금의 풍부한 자금이 흘러들어 투자 수요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달러당 1,100원대에서 안정적이던 환율이 최근 요동치며 달러당 1,200원대 후반을 기록하는 점도 악재다. 환헤지를 한 해외 투자자는 환헤지 비용이 급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오피스 시장에 투자한 해외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하면 국내 실물자산 가치도 급락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부동산 전문업체 에비슨영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자들은 2018년 한 해에만 서울 오피스에 4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에도 금액은 더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의 오피스 투자 시장은 그야말로 얼어붙었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오는 4월 말까지는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채 발행 등 기업의 신용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신규 투자 검토는 중단하라는 지시가 나왔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대체투자 담당자는 “국내 증권사의 해외 투자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의 국내 현장방문 실사도 사실상 멈춰 당분간 신규 투자금 집행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