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의원, "계란을 던지려거든 제게 던지라"

-대구 선거사무소 앞에 계란 투척된 일 소개
-"속에서 피눈물 났다. 분노를 눌러 담으려 한다
-대구 시민이 이후 꽃다발과 손편지 남겨
-경찰, 용의자 A씨 붙아자 조사중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구 선거 사무실 앞에 투척된 계란의 흔적이 보이고 있다./사진=김부겸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의 대구·경북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인 김부겸 의원이 25일 자신의 사무실에 계란이 투척된 일을 공개했다.

김부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젯밤 어둠을 틈타 누군가 제 선거사무실에 계란을 투척하고, 우리 당과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붙였다”면서 “대구에서 치르는 네 번째 선거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늦은 밤에 사람이 일하고 있는데 계란을 던진 것은 폭력이다. 분노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 24일 저녁 9시 30분쯤 신원 미상의 사람이 김 의원의 대구 선거사무실에 계란을 던지고 “문재인 폐렴, 대구 초토화, 민주당 OUT”, “신적폐 국정농단, 혁명, 문재인을 가두자”는 내용을 적은 종이를 출입문에 붙였다. 김 의원측은 이에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이 장면이 담긴 건물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구 선거사무소앞에 투척된 계란의 흔적과 사무실 간판에 ‘문재인 폐렴, 대구 초토화, 민주당 OUT’과 ‘신적폐 국정농단 혁명 문재인을 가두자’라는 글귀가 쓰인 종이가 붙여져 있다./사진=김부겸 의원 페이스북

김부겸 의원은 “막내 비서가 계란 껍데기를 주워 담는 사진을 봤다. 속에서 피눈물이 났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시민들이 두 달 이상 두려움과 긴장에 싸여있는 대구에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이 민심을 어떡하자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분노를 꾹꾹 눌러 담으려 한다”면서 “CCTV가 있어 경찰에 일단 신고는 했으나, 일을 크게 벌이지는 않겠다. 저까지 흥분해 대구 시민에게 걱정을 끼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계란을 던지려거든 제게 던지라”며 “이를 악물고 싸우겠다. 코로나에 맞서 끝까지 대구를 지키겠다. 증오의 정치에 맞서 통합의 정치를 외치겠다. 죽어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주효영 미래통합당 의원은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의원과 총선에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인 가운데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란을 던진 것은 분명한 폭력행위”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과정인데,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불법 행위”라며 “절대 용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의원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드린다”며 “경찰은 지체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수사에 착수해 이번 사건의 전말을 명명백백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후 또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한 여성이 선거 사무실에 꽃다발을 두고 떠난 사연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오늘 오후에 어떤 젊은 여성이 선거 사무실에 ‘후다닥’ 들어와서는 말도 없이 놓고 사라졌다는 손편지다. 히아신스 꽃다발도 주셨다”고 말하며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이 대구 시민은 편지에서 “어제 그 증오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에게서 배울 점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행동한다는 것”이라며 “저런 인간도 움직이는데 난 뭐하고 있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물론 의원님은 단단한 분이시니 이런 소동에도 의연하게 대처하시겠지만, 그 몹쓸 행동 하나가 혹여 의원님 가슴 속의 작은 불씨 하나라도 꺼트리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부디 이 조악한 편지를 연료 삼아 대구를 진정으로 아끼는 이들을 위해 큰일을 이뤄내시고 변화를 이끌어달라”고 격려했다.

이어 “이 험지에 누구보다도 용감하고 끈기 있게 문을 두드려 주신 것에 뒤늦게라도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며 “늘 감사하고 죄송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마셔야 한다. 꼭 함께 변화를 만들고 싶다”고 글을 맺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한 뒤, “사무실 구석으로 가서 한참 마음을 진정시켰다. 숱한 선거를 치렀지만, 이런 마음은 처음”이라며 “어떻게 제가 포기하겠는가. 히아신스에 담긴 마음을 제가 어찌 저버리겠는가. 그 간절함으로 제가 싸우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한편 경찰은 김부겸 의원 사무실에 계란을 투척하고 대통령 비난 글을 붙인 4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조사중이다. 경찰은 신고 접수 후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으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이날 오후 5시 30분께 대구 서구의 한 주택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A씨는 범행을 인정한 상태로 추가 조사 후 어떤 혐의를 적용할 지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부겸 의원은 “배후가 있거나 조직적이지 않다면, 그래서 개인의 우발적 행동이었다면 저는 그분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경찰에도 제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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