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대한항공 한진家 '남매의 난'...조원태 재선임 돼도 끝나지 않는 이유(썸오리지널스)


‘땅콩항공’, ‘갑질항공’의 오명을 쓰고 있는 대한항공에 또 하나의 태풍이 지나고 있습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조현아·조현태 남매의 난(亂)이 벌어진 겁니다. 아버지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바로 나’라며 서로 들고 일어난 것이죠. 어찌 보면 한국 재벌가의 흔한(?) 경영권 분쟁처럼 여겨지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흥미진진한 구석이 아주 많습니다. 막장 드라마급 전개로 내달리고 있는 대한항공의 남매전쟁, 어떤 내용인지 한 번 알아볼까요?

※꿀잼보장※ 대한항공 한진家 ‘남매의 난’ 대체 왜?(feat.움직이는 웹툰) /유튜브 ‘서울경제썸’


1. 서막 : 승계 작업을 못 끝낸 재벌가에 벌어지는 일

우선 이 남매의 난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살펴보시죠. 45년간 대한항공을 이끌어왔던 고 조양호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작고하며 문제는 시작됐습니다. 조 전 회장은 자신의 사후 남매의 난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후계자를 정하고 자신의 지분(한진칼 1,055만주, 17.84%)을 미리 상속하는 등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수천 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내지 못해 차일피일 미루던 와중 갑작스레 사망하고 말았죠.

조 전 회장이 승계 작업을 끝내지는 못했지만, 세간에서는 조원태 회장을 차기 후계자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국내 대부분 재벌가가 그러하듯 적장자(嫡長子·맏아들)인 그가 가업을 이어받으리라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지난 연말 상황은 급반전됐습니다. ‘땅콩 회항’ 사건과 밀수입 사건으로 유명세(?)를 떨친 조현아 전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회장을 향한 공격을 공개적으로 시작한 겁니다.


둘의 첫 번째 충돌은 지난해 11월 조원태가 아버지의 ‘밴 플리트상’ 대리 수상을 하면서 발발합니다. 조원태 회장은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김에 특파원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열었는데 이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를 대한항공의 후계자로 지목하셨다”는 말을 한 겁니다. 함께 미국에 있던 조현아 전 부사장은 느닷없는 동생의 ‘왕위 승계’ 발언을 무려 뉴스로 접한 후 격분했다고 합니다. 조 전 부사장은 “동생이 아버지 병문안도 제대로 안 왔다”며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한 이메일을 받았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거세게 퍼붓습니다. 곧이어 법률대리인을 통해 “동생 조원태가 아버지의 유훈과 다르게 그룹을 경영하고 있다”며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통해 협의를 진행하겠다”고도 밝혔죠.


여기서 잠깐! 조현아 전 부사장의 말뜻을 알아보려면 대한항공의 지배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대한항공의 주인인 조 씨 일가는 지주회사인 한진 칼을 통해 대한항공을 지배해왔습니다. 즉 대한항공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려면 한진칼의 지분을 충분히 보유해야 하는 거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조양호 전 회장은 자신의 한진칼 지분 17.84%를 조원태 회장에 미처 상속하지 못한 채 작고하고 말았습니다. 조양호 전 회장의 유산은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배우자인 이명희 고문에 1.5, 자녀인 조현아, 조현민, 조원태에 각각 1의 비율로 상속됐습니다. 그 결과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6.52%에 불과해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보유분 6.49%보다 아주 조~금 많은 상황이 돼버린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다른 주주들과 손을 잡는다면 조원태 회장을 밀어내고 자신이 왕좌를 차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즉,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통해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말에는 ‘내 편이 된 주주들과 힘을 합쳐 너를 밀어내겠다’는 의미가 담긴 거죠.

2. 본막 :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 딸의 반란

자 그럼 조현아와 손을 잡은 ‘다양한 주주들’의 면면은 어떨까요. 처음에는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과 동생 조현민 전무가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에 섰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함께 여론에 오르내리며 서로 많이 의지했다고 하죠. 특히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명희 고문의 자택을 찾아간 조원태 회장이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부수는 등의 난동을 부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 고문이 장녀의 든든한 아군이 되리라는 가능성이 높이 점쳐졌습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또 다른 우군은 다름 아닌 KCGI였습니다. KCGI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일명 강성부 펀드)인데, 이 펀드는 현재 한진칼 지분을 17.29%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강성부 대표는 예전부터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안일한 경영에 불만이 많았던 걸로 유명하죠. 알짜기업인 대한항공이 어쩌다 부채비율 861%를 기록하는 최악의 기업이 됐는지를 분석하며 오너 일가가 경영권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소리높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고 조양호 회장과 맞먹는 지분율을 토대로 2019년 초 오너 일가와 한 차례 경영권 분쟁도 치른 바 있습니다. 말하자면 조씨 집안의 ‘적’인 셈인데, 조현아 전 부사장으로서는 ‘적과의 동침’을 시도한 겁니다. 조 전 부사장은 KCGI뿐 아니라 반도건설 역시 제 편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반도건설은 최근 한진칼 주식을 계속 사들여 지분율이 8~9%까지 높아진 상황이죠.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 같은 ‘삼자연합’을 결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영권을 내놓겠다’는 약속이 있었습니다. “가족 중심의 경영에서 탈피해 전문경영인에 의한 혁신적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하며 KCGI로 대표되는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약속은 원래 자신의 편에 설 것 같던 엄마 이명희와 동생 조현민이 남동생 조원태의 편으로 돌아서게 하는 부작용을 불러왔습니다. 이들은 “가족이 아닌 외부 세력과 연대한 조현아 안타깝다”는 입장문을 전격 발표하며 태세를 전환하죠. 75년간 가족이 소중하게 지배해온 대한항공을 외부 세력에 뺏긴다 생각하니 역시 아까웠던 거겠죠.


3. 종막 : 장기전 될 남매의 난…왕좌는 누구에게?

조현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싸움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흥미진진합니다. 총 3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는데, 재벌가 경영권 승계의 ‘절대 원칙’처럼 여겨졌던 ‘아들’ 승계를 딸이 뒤집을 것인가가 첫 번째, 75년간 지배력을 발휘해온 ‘오너 일가’가 주주 이익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주주 연합’에 의해 무너질 것인가 하는 점이 두 번째, 끝없는 실패에도 계속되던 ‘가족 경영’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뀔 것인가 하는 점이 세 번째 관전 포인트입니다.

결국 이번 주총에서 조원태는 한진칼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면서 사내이사로 연임됐지만 그의 자리는 계속 공격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이번 주총 의결권의 영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가 한진칼의 지분을 경쟁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모습이 최근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이기더라도 내년, 혹은 내후년 이 싸움이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 피 튀기는 남매의 난, 아니 가족 싸움의 끝은 어디일까요. 혹시 여러분은 누구의 편인가요.

/글·영상=정수현·김경미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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