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조방안 모색을 위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아직 안심할 수는 없지만 선제적이고 투명한 방역조치와 우리 국민의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방역 동참으로 점차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5분부터 약 2시간 가량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지난 두달간 한국은 코로나 19 도전의 중심에 있었고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는 앞서 문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것으로 13일 만에 현실화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중국 등을 포함한 G20 회원국과 7개 초청국 정상, 국제기구 등과 함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된 각국 정상은 한 자리에 모이는 대신, 한 화면을 통해 얼굴을 맞댔다. G20 사상 첫 화상 회의였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15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보건 위협이 심각해지고 국제 실물시장과 금융시장이 매우 위축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와 동시에 ‘희망 바이러스’를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G20 회원국들의 단합된 연대로 오늘의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내의 코로나19 방역 과정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이라는 3대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면서 “압도적으로 많은 검진을 통해 확진자를 찾아내고 감염경로를 끝까지 추적하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확진자들과 밀접접촉자들을 모두 격리한 후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것만이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 희생자를 줄이는 최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조방안 모색을 위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특히 국내 코로나19 대응책이 “창의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하며 이를 소개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빠르면서 정확도가 높은 진단시약을 조기에 개발했고 최대한 빠른 검진과 감염 예방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가 설치되었다”면서 “또 IT 기술을 활용한 ‘자가격리 앱’과 ‘자가진단 앱’ 설치를 통해 자가 격리자들이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특별입국절차’를 언급하며 “우리는 WHO 권고에 따라 사람과 물자의 국경 간 이동 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방역의 효과는 극대화 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외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국가로부터 입국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내·외국인 모두 차별 없이 입국 단계부터 철저한 검사를 통해 해외로부터의 감염 유입을 통제하면서 입국자 자신을 보호하려고 노력하였다”면서 “또한 모든 관련 정보를 국내외로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였다. 신규 확진자 수, 검사 건수, 지역별 분포 등 모든 역학 관련 정보를 매일 업데이트하여 배포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방역조치를 지속 개선·보완해 나갈 것이고 한국의 경험과 성공적인 대응모델을 국제사회와도 공유해 나가고자 한다”며 G20 회원국에 연대의 손을 내밀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경기부양책도 각국 정상들과 공유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260억불(32조원) 규모 패키지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 지원에 투입되는 800억불(100조원)의 자금이 그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코로나19가 소비와 투자, 그리고 산업 활동 위축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총 1000억불(132조원) 규모의 과감한 확장적 거시정책과 금융안정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조방안 모색을 위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공동 극복을 위한 3가지 제안을 건넸다. 코로나19와 맞선 각국의 방역 경험을 나누는 동시에 불안정한 금융 시장을 개선하고 기업인 등의 경제활동을 정상화시키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문 대통령은 “우리 회원국들은 방역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공유하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면서 “또한 보건 의료 취약국가 지원을 위해서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경제 정책에 대해 “우리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확장적 거시 정책을 펴야 하며 글로벌 금융 안전망을 강화하고 저개발·빈곤국의 경제 안정을 위해서도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 통화를 통해 꾸준히 요청했던 ‘기업인 예외 입국 조치’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의 세계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경제교류의 필수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각국의 방역 조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학자, 의사, 기업인 등 필수 인력의 이동을 허용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편 G20 회원국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공동 대응조치를 담은 ‘G20 특별 정상회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관한 성명’을 채택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