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변호사, “코로나로 미뤄진 시험, 동요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 해라”

이지훈 변호사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학이 4월로 미뤄지고, 각종 시험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많은 수험생들이 ‘멘붕’에 빠져있다. 가뜩이나 공부 때문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있는데 이런 악재까지 겹치면서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야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공부라면 해 볼만큼 해봤다고 자부하는 이지훈 변호사는 “동요할 필요 전혀 없다. 일과표 그대로 하루하루 공부를 이어나가라”고 조언했다.

누적 조회수 700만을 돌파한 인기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의 주인공인 이지훈 변호사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고려대학교 법학과로 편입한 후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중국 명문 칭화대학교에서 유학하며 법학 석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코로나 사태로 시험이 취소되거나 미뤄지는 것은 어차피 모든 수험생들에게 동일한 조건이다. 나에게만 특별히 발생한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할 것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런 그녀가 최근 <공부, 이래도 안 되면 포기하세요>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이와 같은 멘탈관리뿐만 아니라 동기, 환경, 시간, 정리, 체력, 고독 등 7가지 원칙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스킬을 모두 갖추고 있고 성실하게 공부하는데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과감히 공부를 포기해도 된다고 단언하고 있다.



다음은 이지훈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책 <공부, 이래도 안되면 포기하세요>를 보면 학창시절 스카이대학을 가거나 변호사가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적 없을 정도로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회고하셨던데 갑자기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던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 그저 수능성적에 맞춰 대학을 간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면서 19년간 달려온 목표가 사라지고 자유라는 것이 주어졌다. 나는 그 시간을 ‘나라는 인간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그저 점수에 맞춰 선택했던 경제학에는 일찌감치 흥미를 잃었고 대신에 중문학, 정치외교학, 동양철학, 법학 등의 수업을 들으며 그야말로 천방지축처럼 다녔다. 아마도 소로우의 말처럼 ‘나를 정당하게 끌어당기는 것’을 찾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법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졸업할 즈음에는 선배를 따라 고려대학교 법학과에 편입을 하게 됐고,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친구의 “지훈아, 너 사법고시 봐라”라는 우연한 말 한마디로 인해 법조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그때가 내 운명의 수레바퀴가 굴러간 순간이었다.

▲ 공부를 시작하기 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공부환경은 어떤 방법으로 찾아낼 수 있을까?

- 공부하는 환경은 대단히 중요하다. 누구에게는 공부가 잘 되는 환경이 나에게는 잘 안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에게 최적화된 공부환경을 찾는다는 것은 무리이다. 그저 시행착오밖에 없다. 해봐야 된다. 집에서도 해보고, 학교에서도 해보고, 독서실에서도 해보고 말이다. 그렇게 시도해 보다 보면 분명히 좀 더 집중이 잘 되는 곳이 있다.

▲ 하루 종일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고 해서 성적이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공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시간 분배를 해야 할까?

- 책상에 앉아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몸은 책상이라는 공간에 잡혀있지만 내 마음은 온 우주를 떠돌아다닐 수 있다. 결국 집중과 몰입인데 이를 위해서는 ‘내가 이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인 동기부여와 체력, 그리고 적절한 자기보상이 핵심이다. 내 몸이 공부하는 흐름을 잃지 않도록 오전, 오후, 저녁 공부 시간을 적절히 안배하고 중간 중간에 식사와 함께 휴식시간을 배치해야 한다. 공부는 누구나 다 힘들기 마련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쏟아 붓지 않도록 하는 것, 자기 자신을 매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드는 것이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열쇠이다.

▲ <공부, 이래도 안 되면 포기하세요> 책에서 완벽한 정리를 위해 ‘단권화’를 추천했는데 구체적으로 단권화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인가?

- 단권화는 정리의 정수이다. 단권화의 개념을 오해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단권화는 책을 1권만 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주교재로 선택한 책에 다른 수험생들이 보는 모든 자료를 집어넣겠다는 것이다. 시험 준비의 마지막은 ‘시험 전날 1회독’을 하는 것이다. 단권화가 되어 있지 않으면 1회독을 할 수 없다. 그러면 당연히 떨어질 확률도 높아진다. 어려운 시험일수록 더욱 그렇다.

단권화의 성패는 시험의 성패와 직결된다, 또 그 핵심은 정리에 달려있다. 나만의 정리 노하우가 없으면 단권화를 완성할 수 없다.

▲ 공부할 때는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한데 운동에 전혀 취미가 없거나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 공부하는 사람은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 취미가 있고 없고 와는 상관이 없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다. 중간에 탈이라도 난다면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도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운동이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운동은 자신의 체력과 주변 환경에 맞아야 한다. 운동을 도통 안하던 사람이라면 간단한 산책도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검도와 헬스를 했었는데 과격한 운동이다 보니 일주일에 3번 정도, 무리하지 않도록 조절을 했다. 주의할 점은 운동은 단순히 공부를 잘 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이다. 운동에 치우쳐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 공부에 있어서 멘탈관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개학도 미뤄지고 많은 시험들이 취소되면서 많은 수험생들이 한마디로 ‘멘붕’에 빠져있을 것 같은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할까?

- 꼭 공부할 때가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멘붕에 빠지는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도 사법시험 2차 당시 전대미문의 행정법 대량과락사태로 불합격한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불합격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도 전에 당장 닥친 기말고사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사법시험 1차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그때 내가 스스로를 다스리며 했던 말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였다. 내가 할 수 있던 일은 우선 기말고사를 치르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신림동으로 들어갔고 다시 사법시험 1차 준비를 했다. 이렇게 설명하니 단 두 줄 밖에 되지 않지만 이것은 진리이다.

코로나 사태로 시험이 취소되거나 미뤄지는 것은 어차피 모든 수험생들에게 동일한 조건이다. 나에게만 특별히 발생한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할 것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되는 일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동요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일과표 그대로 하루하루 공부를 이어나가면 된다.

▲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고독해질 수밖에 없다.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 우리가 외로운 이유는 혼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혼잡한 교실에서도 정말 공부에 몰두 해 있는 학생은 사막의 수도승만큼이나 혼자이다. 하지만 그는 외롭지 않다. 외로운 이유를 사람에게서 찾지 말길 바란다. 외로움은 나 자신만이 해소할 수 있으며 그 유일한 방법은 몰두이다.

▲ 동기, 환경, 시간, 정리, 체력, 멘탈, 고독 등 7가지 필수요소와 성실함을 갖추었는데도 성과가 안 난다면 과감히 공부를 포기해도 좋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의미인가?

- 내가 직접 경험한 결과 공부는 위 7가지 요소가 전부이다. 솔직히 이렇게 다 갖추었는데도 불합격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안 된다면 그때는 미련 없이 포기하셔도 된다. 인생에서 ‘포기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최선을 다 해본 사람만이 과감히 포기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은 ‘아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데’라고 아쉬워하며 제 때 포기를 하지 못한다.

내가 언급한 7가지 요소는 공부의 모든 것이다. 그러니까 내 책 <공부, 이래도 안 되면 포기하세요>는 시험에 합격할 수밖에 없는 공부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반면에 잘 포기하는 법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 마지막으로 오늘도 공부와 씨름하고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우선 각자의 꿈을 향해 매진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진심으로 빈다는 것은 목숨을 건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목숨을 걸었다면 전혀 아까울 것은 없다. 누각은 원래 공중에 있는 것이니까, 이제 그 밑에 토대만 쌓으면 되는 것이다.

/김동호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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