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 외교에서 존재감이 확 커진 지역이 있다. ‘신남방정책’의 지향점인 동남아시아다. 하지만 우리는 동남아를 잘 모른다. 따뜻한 휴양지 정도로만 여기는 인식 수준으로 과연 그들과 진정한 경제·외교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신간 ‘동남아시아’는 이런 무관심과 무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진 학자의 지적·학문적 의무감에서 탄생했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한 역사학자인 저자는 동남아를 ‘동서 세계 문명의 교차로’라고 부른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남부, 인도의 동쪽과 중국의 남쪽에서 인도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지리적 조건에 주목한 것이다. 수천 년 동안 경제, 문화, 종교, 언어 교류가 이곳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오늘날 동남아는 세계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아세안(ASEAN) 10개 회원국의 인구는 6억4,000만명에 달하고, 이들의 국내총생산(GDP)의 총합은 2016년 기준 2조8,000억 달러에 달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대부터 20세기까지 동남아 변천 과정을 소상하게 다뤘다. ‘바람 아래의 땅’으로 불렸던 고대 시대부터 서양 열강의 침략에 맞서 투쟁한 현대까지 2000년 역사의 파노라마를 840페이지나 되는 두툼한 책에 담아냈다. 3만8,0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