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라임 김 회장’으로 불리는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의 실소유주 김봉현 회장이 지난해 말 라임자산운용(라임)의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과 관련된 회사들로부터 65억원을 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금 대부분은 곧바로 김 회장의 페이퍼컴퍼니로 흘러 들어갔다. 이에 이 자금이 이번 ‘라임 사태’의 핵심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 수뇌부의 도피자금 등으로 유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봉현, 65억 빌리고 여태 담보제공도 안해 |
27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김 회장이 스타모빌리티에 대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법인인 브레이브컴퍼니는 지난해 9~11월에 걸쳐 E사와 J사로부터 총 65억원을 대여했다. E사로부터는 9월5일 20억원, 11월7일 15억원 등 총 35억원을 받았으며 J사로부터는 10월18일 15억원, 11월7일 15억원 등 30억원을 받았다.
그런데 브레이브컴퍼니는 이 자금을 송금받은 당일 다른 곳으로 보낸다. 이중 E사로부터 받은 20억원은 은행 지점에서 출금됐으며 나머지 45억원은 브레세드컴퍼니라는 회사로 이체된다. 브레세드컴퍼니는 지난해 10월 스타모빌리티의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받겠다고 나선 회사로 김 회장의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된다.
특히 김 회장은 현재까지 이 돈을 돌려주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관련한 대여 조건이었던 담보주식 제공도 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두 회사는 지난달 브레이브컴퍼니 측에 각각 ‘루플렉스1호조합의 출자지분 1,400좌 담보제공을 이행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내왔다고 한다. 브레이브컴퍼니는 루플렉스1호조합의 1,520좌를 출자한 대주주이며, 루플렉스1호조합은 스타모빌리티의 대주주다. 즉 애초에 김 회장 측은 두 회사에 이중으로 담보를 제공하기로 해 지키지 못할 계약을 한 것이다. 브레이브컴퍼니 측은 이 계약이 김 회장의 자금책 김모 사장이 회사의 인감을 도용해 감행한 것으로 최근 뒤늦게 파악했다고 밝혔다.
돈 빌려준 회사들, 메트로폴리탄과 얽혀 |
이에 김 회장이 이 회사들로부터 65억원이라는 거액을 빌릴 수 있었던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경제 취재 결과 이들 회사는 메트로폴리탄과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트로폴리탄은 라임으로부터 투자받은 2,500억원 중 2,000억원이 해외 카지노 인수로 흘러가는 등 행방이 묘연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회사다.
먼저 E사는 메트로폴리탄의 주식 33%를 보유한 B씨가 사내이사로 있다. 또 J사도 메트로폴리탄 주주들과 사업을 벌인 바 있다. J사의 자회사인 제이케이인터내셔날이 메트로폴리탄 주주 H씨와 C씨가 각각 사내이사로 있는 아이엠지인터내셔널, 엘씨인터내셔날과 리더스코스메틱 화장품 중국 판매 사업을 해왔던 것. 이 세 회사는 리더스코스메틱 측이 ‘물품대금을 갚으라’는 취지로 제기한 102억원대의 손해배상소송에서 올해 초 패소하기도 했다.
이들 세 회사는 각기 라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도 하다. 라임은 새턴 펀드를 통해 J사의 사모사채에 투자한 바 있는데 이 투자금 대부분이 상각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이엠지인터내셔널과 엘씨인터내셔날은 라임으로부터 파티게임즈 CB를 매수해준 적이 있다.
이들 관계 중심엔 이종필…도피자금 의혹 |
이에 이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김 회장과 메트로폴리탄이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메트로폴리탄의 회장인 김모씨는 이 전 부사장과 긴밀하게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회장은 지난해 말 메트로폴리탄을 내세워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메트로폴리탄이 향군 상조회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15일 브레이브컴퍼니에서 메트로폴리탄 측으로 11억원이 입금된 것도 확인됐다.
현재 김 회장과 김씨, 이 전 부사장 모두 도피한 상태로 김씨와 이 전 부사장은 인터폴에 수배됐다. 이에 김 회장이 빌린 65억원이 세탁을 거쳐 이들의 도피자금 등으로 제공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이 전 부사장의 도피를 지원한 성모씨와 한모씨 등 조력자 2명을 26일 오전 체포했으며 이들에게 ‘범인도피죄’를 적용해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도주 중이다. 당시 이 전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의 800억원대 횡령 혐의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 업계에서는 이 전 부사장이 지방 모 지역에 은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밀항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조권형·조윤희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