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 15% 후각·미각 상실…후유증 남을 가능성

무증상·경증 20~40대선 비율 더 높아
감기·축농증보다 신경손상 비중 큰듯
"코로나 완치 후에도 추적관찰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15%가 후각 또는 미각상실 증상을 호소해 검사대상자 선별은 물론 코로나19 치료 후 추적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구광역시의사회 코로나19대책본부가 지난 8~24일 코로나19 확진 후 입원대기 중이던 대구지역 확진자 3,191명을 전화 상담한 결과 15.3%(488명)가 후각 또는 미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각과 미각상실이 코로나19의 증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응답자 가운데 386명(12.1%)이 후각을 잃었다. 353명(11.1%)은 미각에 문제가 있었다. 후각과 미각 모두 이상이 있다고 답한 확진자는 251명(7.9%)이었다. 135명(4.2%)은 후각만, 102명(3.2%)은 미각만 잃었다.


◇“후각·미각상실 증상 오래가거나 회복불능 꽤 있을 것” 우려

3,191명의 확진자 가운데 발열이나 인후통(목 아픔)·가슴통증 등 다른 증상이 있는지는 후각·미각 이상자 비율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발열 증상 등이 없는 확진자는 14.6%(1,462명 중 213명), 있는 확진자는 15.9%(1,729명 중 275명)가 후각·미각상실 증상을 보였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처음 한두 번은 (일부 확진자들에게서) 냄새를 못 맡는다는 얘기가 공통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확진자를 상담하는 의사 150여명이 모인 채팅방에서도 의사들의 유사한 진단 보고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은 “건강한 20~40대와 호흡기 질환 등 기저질환이 없는 확진자들에게서 후각·미각 상실이 많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달의 경우 후각과 미각이 크게 떨어지더라도 의료진이 해당 증상에 대해 철저히 묻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후각과 미각상실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이 실제로는 30%가량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엽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는 “코로나19가 후각신경 자체를 손상시켜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 증상이 오래가거나 회복되지 못하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감기 바이러스는 200여종이 넘고 이 중 7~8개 바이러스가 주로 후각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도 후각상실을 초래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감기 등을 앓고 2~3개월이 지났는데도 냄새를 못 맡아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후각장애 빈도, 감기 등이 나은 뒤 후각장애가 지속되는 환자 비율 등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다만 감기 등으로 인한 후각상실은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스테로이드제 효과 제한적…확실한 치료방법 없어

후각상실은 감기·축농증 등을 앓은 뒤 나타나는데 코안 점막의 상피세포 손상으로 인한 염증, 콧물, 물혹 등으로 인해 냄새가 후각신경까지 전달되지 않거나 전달되더라도 후각신경이 손상돼 발생한다.

장용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보통 후각장애는 축농증이 있거나 머리를 다쳤을 때 오지만 바이러스가 후각 상피세포를 손상시켜 생기기도 한다”며 “바이러스에 의한 후각상실 증상이 지속될 경우 현재로서는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다. 먹는 스테로이드제도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후각상실이 무증상 코로나19 감염자를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 부각되지만 앞으로는 코로나19 완치 후에도 후각장애가 계속되는지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기도에서 워낙 증식력이 좋아 후각상실 증상자가 많은 것 같다”며 “다만 후각 상피 기저세포는 줄기세포의 성질을 약간 갖기 때문에 (재생이 안 된다고 알려졌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어느 정도 재생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김동영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이사)는 “미국·유럽 이비인후과학회 등에서 후각상실 증상자를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해 코로나19 검사를 권고하는 지침을 만들고 있다”며 “우리도 논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학회(AAO-HNS)와 영국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대표 단체(ENT UK)는 발열·기침·목 아픔(인후통) 등 없이 갑자기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이 생겼다면 코로나19에 걸렸을 수 있으므로 자가격리에 들어가거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신종질병팀장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박사도 “후각과 미각상실을 코로나19 진단 기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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