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롯데·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이 27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들은 역대급 위기 상황에서도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 주주총회에서 서면 인사말을 통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모든 어려움에도 기회가 있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또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성장동력의 발굴·육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며 “특히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흔들림 없이 고객 가치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멈춤 없는 도전을 이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다음주 글로벌 판매 감소 및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주요 사업 부문 경영 현황과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기업 환경 대응 방안들을 점검할 계획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현장경영에도 나설 예정이다. 현재 구 회장은 코로나19 관련 임직원 안전사항과 글로벌 사업장 가동 현황 등을 매일 확인하고 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이날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우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당면한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황 부회장은 특히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 M&A 기회를 모색하고 준비하겠다”면서 “국내외 다양한 벤처캐피털 및 벤처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미래 성장에 필요한 기술과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황 부회장은 “추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다 투명한 지배체제를 완성하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과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등의 IPO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배체제 개편의 핵심은 호텔롯데 상장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면세사업부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도 이날 주주총회에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한편 다음달 28일 출범하는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쇼핑몰인 ‘롯데ON’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영업손실을 최소화하고 재무건전성 확보 및 자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롯데쇼핑 내 비효율 점포 정리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유통업계가 더욱 어려움에 처하자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 위기를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올해 직면할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고강도 원가 절감을 우선 추진하고 기술 혁신, 전사적 품질 혁신, 미래 성장 신제품 개발,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최고의 수익성을 유지해 나가겠다”며 “그룹의 미래 핵심사업이 될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강화하고 비핵심·저수익 사업은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포스코는 정문기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했다. 정 의장은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로 삼일회계법인 전무, 금융감독원 회계심의위원회 위원, 한국회계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회계전문가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성공적인 매각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도모했던 2020년은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영향으로 힘겹게 시작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과거 사스·메르스 시기와 같이 가파른 수요 회복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GS는 이날 주주총회를 열어 허태수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이사회를 열어 허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GS의 한 관계자는 “허 회장이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선제적인 대응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이처리퍼블릭 주주총회에서는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운호씨를 신규 이사로 선임한 후 대표이사로 복귀시켰다.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코로나 19에 따른 위기 상황 및 시장 불확실에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책임 경영을 바라는 임직원과 주주들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박효정·노현섭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