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도 30%도 못미쳐"…스페인 중국 진단키트 수입했다 사용 중단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레가네스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는 스페인에서 중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입했다가 정확도가 크게 떨어져 낭패를 보고 있다. 하루 평균 1시간에 30명 가까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진단키트 정확도는 30% 수준으로 확인돼 사용이 중단됐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파이스 등에 따르면 스페인 전염병·임상 미생물학회는 중국 ‘선전 바이오이지 바이오테크놀러지’ 사에서 수입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검사한 결과 그 정확도가 30%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엘 파이스는 스페인 정부가 중국산 진단 키트를 사들여 수도 마드리드 소재 병원 네 곳에 우선 9,000개를 배포했지만 병원 의료진이 이 가운데 8,000개를 실제 사용해보니 확진자 수를 과소 평가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공공보건연구기관인 카를로스3세 보건연구원 기준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진단할 때 보통 사용하는 PCR방식 진단 키트는 정확도가 80%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산인 바이오이지 사의 진단키트(30%)는 정확도가 연구원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시 정부는 이 회사의 진단키트 사용 중단을 결정했으며, 스페인 정부는 회사 측에 수입한 제품의 교체를 요청했다. 앞서 하루 전인 25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는 중국에서 4억3,200만 유로(약 5,760억8,900만원) 어치 의료 장비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진단키트는 550만 개 수준이었다.

스페인 정부가 중국 진단키트를 수입한 것은 ‘속도’ 때문이다. 이 진단키트는 면봉을 이용해 사람의 콧속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진단 결과를 10~15분 이내에 알 수 있다고 소개됐다. 일반적인 PCR 진단 키트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려면 4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주스페인 중국 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선전 바이오이지 사의 진단키트는 중국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이며, 중국 정부가 스페인에 보낸 의료용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가운데 중국에 대한 의구심과 정부의 무책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페르난도 시몬 스페인 보건 경보·비상 센터장은 문제의 중국산 진단 키트가 유럽 품질인증(CE)을 받았는 지 제대로 표시도 되어있지 않고, 어떻게 국내로 유통됐는지 배급망조차 파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SCMP는 체코 현지 언론을 인용해 체코에서도 중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입해 검사를 시행했으나, 검사 결과의 80%에서 오류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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