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부도' 전조증상 팽배…달러채권 고위험국 18개로

앙골라 등 阿국채 수익률
美보다 10%P 이상 높아
남미·중동서도 위기 감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한 상점에서 29일(현지시간) 계산대 직원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비닐 가림막 너머로 물건을 받고 있다. /카라카스=AP연합뉴스

국제유가 급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미국 국채보다 국채 수익률이 10%포인트 높은 신흥국가가 20곳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이들 국가의 채권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의미여서 전문가들은 부도의 전조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를 인용해 달러화 표시 국채 수익률이 미국 국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국가 수가 올해 초 4개국에서 현재 18개국 이상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해외투자가들이 경기둔화로 신흥국에서 먼저 자금을 빼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타격이 심한 지역은 아프리카다. 오는 2025년 11월 만기 도래하는 앙골라의 국채 수익률은 이달 초 7%에서 지난 27일 거의 30% 수준까지 급등했다. 2022년 6월 만기인 나이지리아 국채 수익률도 같은 기간 4%에서 12%로 올랐다. 이밖에 잠비아·가나도 위험국가로 꼽힌다.


이에 19일 아프리카 국가 재무장관협의체는 올해 총 440억달러(약 53조7,460억원) 규모의 국채 및 공공부채에 대한 이자를 포기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1,000억달러(약 122조1,500억원) 규모의 부양책도 검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도 잠비아와 나이지리아·가나 등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의 채권 원리금 지급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세계 극빈층 3분의2가 거주하는 국가들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116A12 부도 전조 증상 신흥국(16판)

국채 수익률 격차가 벌어졌다고 반드시 부도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는 부도의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연구원인 에드워드 글로솝은 “국가부도의 물결이 몰아칠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남미·중동 일부 국가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채무 구조조정에 착수한 에콰도르는 달러화표시 국채 가격이 불과 한 주 사이 43.23센트에서 27센트로 폭락했다.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레바논 등은 이번 사태 전부터 국채 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처해 있었다.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은 신흥국들이 지난해 한 해 달러화표시 국채 발행으로 2009년(633억달러·약 77조원)의 2배인 1,226억달러(약 149조원)의 자금을 빌렸다고 집계했다. 이중 올해 만기 도래하는 채권은 약 240억달러(29조원)에 달한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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