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인 CBDC의 경우 설계하기에 따라 중앙은행과 개인·기업·기관 등 일반고객들과의 금융 직거래가 가능하다. 그만큼 시중은행들의 금융중개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직거래 방식은 시중은행과 같은 민간 금융중개기관 및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자국 화폐가치가 불안정해 내수시장에서조차 제대로 유통·이용되지 않는 저개발국 및 일부 신흥국 등에서 도입해볼 수 있다.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이라면 CBDC를 기존 화폐처럼 ‘중앙은행 →금융중개기관(시중은행)→일반 고객’의 절차로 공급하는 2단계 발행·유통 모델을 적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2단계 모델을 적용해 CBDC를 발행하더라도 시중 유동성 조절을 위해 시중은행에 대한 지불준비금 대비 신용창출 규제를 강하게 하면 결과적으로 은행의 여신 창출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중국 인민은행이 CBDC 발행 시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리브라’와 같은 민간발행 디지털화폐도 시중은행들에는 또 다른 위협이 된다. 국내 대형 시중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CBDC와 리브라의 발행·유통정책이 어떻게 확정되고 안착하느냐 여부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전통적인 여·수신 기능과 외환거래 기능은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중은행들은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한 신기술금융서비스를 개발, 정보기술(IT) 기업과 합작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을 통해 나름대로 디지털경제 시대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국경을 넘나드는 초국적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수수료 없이 간편 결제되는 민간 발행 디지털화폐에 비하면 여전히 은행의 디지털금융 경쟁력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시중은행 등 전통적 금융기관들이 디지털화폐 기술의 해킹 취약성, 통화금융정책 불안정성 등을 이슈화하면서 각국 금융감독당국의 진입장벽 강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