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난지원금, 문제는 재정 건전성이다

정부가 30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쇼크를 넘기 위해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확정했다. 월 소득 712만원 이하인 전국 1,400만 가구가 지원 대상이다. 이번 조치는 평시 대책으로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충격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한 것은 문제다. 경제 효과와 재정 등을 고려해 고통을 감내하기 힘든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어야 했다.


정부에 주어진 더 중요한 숙제는 재원 조달 방안이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의 총 재원을 9조1,000억원 규모로 잡았는데 이 가운데 7조1,000억원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회의에서 “재원 대부분을 뼈를 깎는 예산의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자국채 추가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나라 곳간은 이미 한계에 이를 만큼 빨간불이 켜져 있다. 올해 60조원의 적자국채 발행을 포함해 512조원의 슈퍼예산이 편성된데다 1차 추경에 10조원 넘는 추가 적자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2차 추경까지 더하면 국가채무는 820조원 안팎까지 치솟고 국가채무비율 역시 42%에 달한다. 경기 위축으로 세수가 급감하면 나랏빚은 통제하기 힘든 수준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본예산의 전용 가능한 부분을 마지막 순간까지 더 찾아봐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중복 지원을 사실상 허용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나라 곳간이 얼마나 모자랄지와 이를 어떻게 채워나갈지 등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중국·일본 등 강대국과 달리 우리는 나라 곳간 사정이 조금이라도 불안하다고 느끼면 해외 투자가들이 당장에라도 한국을 떠난다. 재정 건전성은 어떤 비상상황이 오더라도 지켜야 할 국가적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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