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운길산 수종사]500살 은행나무 옆에서 두물머리를 품다

마을 입구서 차로는 10분, 걸어서는 30분
겸재 정선, 다산 정약용 차 마시러 들르기도

경기도 남양주시 운길산 중턱에 자리한 수종사 경내의 은행나무 뒤로 두물머리 한 눈에 들어온다.

겸재 정선을 비롯해 조선 초기부터 수많은 문인·화가들이 들러 이곳의 풍광을 기록으로 남기는가 하면 조선 초기 학자 서거정은 ‘동방의 사찰 가운데 제일의 전망’이라고 극찬했다.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조선 후기 승려 초의선사는 이곳의 물맛을 ‘천하일품’이라 평했다. 경기 남양주시 운길산의 중턱에 자리한 불교 사찰 수종사(水鐘寺)를 두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이다.

수종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로 세조 5(1459)년 창건됐다고 전해 내려온다. 피부병 치료차 오대산을 다녀오던 세조는 두물머리에서 하룻밤을 머물다 새벽에 들려오는 종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소리를 따라 산으로 올라와 보니 다름 아닌 바위동굴 속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세조는 동굴 속에서 18나한을 발견하고 이 자리에 중창을 명했다고 한다. 이때를 기념해 심었다는 은행나무 두 그루는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운길산 중턱에서 다다르면 수종사와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수종사는 운길산 중턱 해발 400m에 자리하고 있다.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서 차로 10여분 거리다. 북한강로에서 조안보건지소를 끼고 외길을 따라가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멘트로 포장된 가파른 오르막과 마주한다. 차로 5분가량 가면 수종사 주차장이 나온다. 오르막이라 도보로는 족히 30분은 걸리는 거리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일주문을 통과하면 나뭇가지 사이로 저 멀리 사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흙길 중간에 미륵불을 거쳐 돌계단을 따라 넉넉히 15분을 걸어 올라가니 드디어 수종사 입구 해탈문에 다다른다.

돌계단 위로 보이는 수종사의 해탈문.

절 입구에 들어서면 산비탈에 자리한 절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명성에 비해서는 소박한 모습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오랜 역사를 품은 전통사찰인 만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사리탑·팔각오층석탑)과 수령 500년이 넘은 보호수(은행나무)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선인들이 수종사를 찾아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특히 이곳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다. 해 질 녘 강물이 합쳐지는 경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생해서 올라와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대통령이 새해 일출 명소로 꼽았고, 문화재청은 수종사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09호로 지정했다.

수종사의 경내에 자리한 대웅보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종사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물(水)이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가 즐겨 찾았다는 사찰에는 ‘삼정헌(三鼎軒)’이라는 다실이 있다. 평소에는 절의 석간수로 우려낸 녹차가 무료로 제공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차 맛을 볼 수는 없었다. 대신 사찰 입구에 있는 약수로 아쉬움을 달랬다. 운이 좋으면 수종사에 올랐다가 560년 전 세조처럼 운길산에 울려 퍼지는 타종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글·사진(남양주)=/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운길산 수종사 경내에 자리한 범종각에서 스님이 저녁 예불을 알리는 타종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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