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휩쓸려...10대 그룹 1분기 시총 170조원 증발

삼성그룹 15% 감소 그쳐 '선방'
현대重 -40% 가장 많이 빠져
SK케미칼 등 4곳만 시총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증시를 휩쓴 1·4분기 삼성·SK 등 국내 10대 그룹 소속 100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가 약 170조원(19.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시총 합계가 증가한 그룹은 하나도 없고 시총이 증가한 상장사는 SK케미칼·SK바이오랜드·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SDI로 단 4개에 그쳤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 소속 상장사가 국내 증시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코로나19가 국내 증시에 미친 충격을 보여준다.

31일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 종가 기준 873조3,106억원이었던 국내 10대 그룹 소속 100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이날 종가 기준 700조2,742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룹별 시총 감소율은 삼성(-15.16%), LG(-17.09%), 신세계(-19.45%), SK(-20.86%), GS(-28.07%), 롯데(-29.69%), 포스코(-30.17%), 현대자동차(-33.78%), 한화(-35.56%), 현대중공업(-39.93%) 순이다.

10대 그룹 간 시총 격차도 확대됐다. 1위인 삼성그룹 상장사의 시총 합계는 지난해 말 475조7,544억원으로 10대 그룹 전체의 54.5%였다가 이날 기준 57.6%(403조6,095억원)로 비중이 높아졌다. 반면 상장사 시총 합계가 10조원 미만이었던 그룹 중 한화는 1.1%(9조6,443억원)였던 비중이 0.9%(6조2,145억원)로 줄었다. 신세계 역시 8조7,914억원에서 7조818억원으로 줄었으나 비중은 1%를 유지했다.


10대 그룹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시총 증가율을 기록한 SK케미칼(32.18%), SK바이오랜드(9.52%)는 자회사·관계사의 백신사업 때문에 코로나19 치료제 관련주로 주목받았다. 제약·바이오주의 전반적인 강세 속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총도 11.32% 늘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인 삼성SDI(1.91%)는 시총이 소폭 늘었고 LG화학(-3.94%)은 소폭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하락장 속에서 선방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및 저유가에 따른 실적 악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기계·유통·건설·자동차 업종 상장사는 시총이 크게 줄었다. 현대건설기계가 시총이 5,891억원에서 2,955억원으로 49.83%나 줄어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고 롯데하이마트(-49.35%), LG헬로비전(-49.18%), 삼성엔지니어링(-47.14%), 현대위아(-46.62%)가 그 뒤를 이었다. 그밖에 유통업종 대표주이자 롯데그룹 대표 상장사인 롯데쇼핑은 3조8,331억원에서 2조1,217억원으로 44.65%나 급감했고 정유 업종 대표주인 SK이노베이션(-42%), 보험업종의 삼성생명(-42.28%) 등의 시총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 19일 장 중 2009년 이후 10년 만의 최저치인 1,439.43까지 하락했던 코스피가 이날 전 거래일보다 2.19%(37.52포인트) 오른 1,754.64로 마감하면서 반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 및 기업 실적 악화의 충격이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시의 안정적 반등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언제, 얼마나 감소할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증시의 방향성 없는 등락 속에 경기 불확실성이 가중돼 코스피가 최근 1,670∼1,750선의 박스권에서 등락하고 있다”며 “미국의 확진자 증가세가 정점을 통과하면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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