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규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올해 봄에는 각종 모임이 없어지고 주말에도 집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을 다지기 위해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산을 하는 분들도 많이 늘었다.
등산객이 많아지면 함께 늘어나는 질환이 ‘무릎관절증’이다. 무릎 관절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발병하면 무릎 통증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조금 지나면 체중이 실릴 때 통증이 생기고 쉬면 다시 좋아진다. 하지만 더 진행되면 쉬어도 통증이 계속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월·4월의 무릎관절증 환자 수는 2월보다 13~25% 증가했다. 단풍의 계절 가을(10월·11월)에 9월보다 환자 수가 증가하기도, 감소하기도 하는 것과 다르다.
봄철에 무릎관절증 환자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준비운동 부족이다. 겨울에 활동량이 적어 무릎의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갑자기 산에 오르거나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간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무릎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진다. 지난해 무릎관절증으로 진료받은 10명 중 9명은 50세 이상이었다. 70세 이상은 37%, 60대 33%, 50대 21%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70% 정도를 차지한다. 30대까지는 남성이 많지만 40대부터 역전되고 50대 이후에는 여성 비율이 2배 이상 높다.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 골밀도가 감소하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무릎관절증은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일차성 무릎관절증’과 외상·질병·기형이 원인인 ‘이차성 무릎관절증’으로 나뉜다. 일차성 무릎관절증은 무릎의 퇴행성 변화로 관절을 이루는 연골·뼈·관절막에 변화가 나타나 통증과 기능장애, 변형을 유발한다. 이차성 무릎관절증은 세균성·결핵성 관절염으로 관절 연골이 파괴되거나 심한 충격 및 반복적인 외상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무릎 통증이 3주 이상 계속되면 전문의를 만나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병원에 오면 의료진은 방사선 사진(X-ray)을 통해 확진한다. 무릎관절증이 생기면 관절 간격이 감소하고 연골 아래 뼈의 음영이 짙어진다. 증상이 심한 경우 관절면에 굴곡이 형성된다.
손상 정도가 초기라면 약물·운동치료, 온찜질로 이겨낼 수 있다. 연골판이나 십자인대가 파열됐다면 관절내시경 수술로 치료한다. 퇴행성 관절염이 심하고 보존적 치료의 효과가 없으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무릎관절증을 예방하려면 우선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이 무릎에 전달되지 않는 자전거 타기, 수영, 천천히 걷기 등으로 근육을 강화한다. 지나치게 많은 걷기·달리기·테니스 등은 줄이고 산에서는 뛰어 내려오지 말아야 한다. 등산이나 달리기를 할 때 사전에 충분히 스트레칭 한다. 쪼그려 앉거나 바닥에 앉는 것도 좋지 않다.
등산 시 산에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신경 써야 한다. 올라갈 때는 무게와 충격이 발바닥 전체로 분산되지만 내려올 때는 주로 뒤꿈치에 무게와 충격이 가해지고 그 충격이 발목과 무릎으로 전달된다. 전문가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산에서 내려올 때 체중의 3~10배나 되는 하중이 무릎에 전달된다고 한다.
등산 전문가는 스틱을 이용하고 배낭 무게를 줄이라고 한다. 출발 전 스트레칭 역시 강조한다. 전체 체력(10)은 올라갈 때 4, 내려올 때 3, 예비 체력 3으로 배분한다. 초보자는 1시간 이상 걷지 말고 20~30분 걷고 5분 정도 쉰다. 산에 오를 때는 물론 내려올 때도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하고 보폭을 줄여 무릎을 굽히면서 내려오는 게 좋다. /박관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