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서울경제DB
직업이 없어 보험료를 낼 능력이 안 되는데도 보험을 수십 개 들고 장기 입원을 반복하며 수 억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받았다면 부정하게 돈을 받을 목적이 있었다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가입자와 보험사 간 계약도 무효로 하고 반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모씨를 상대로 한화손해보험이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고 1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05년부터 2016년 사이 한화손보를 포함한 15곳의 보험사에서 36개나 되는 보험에 가입했으며, 매달 내는 보험료만 153만원에 달했다. 특히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상해·질병에 의한 입원 시 일당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입원일당 보험을 11건이나 들었다. 이를 통해서만 약 5억3,025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는 또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는 식도염, 위궤양 등으로 총 20회 입·퇴원을 반복하면서보험료를 2,439만원 받기도 했다. 이에 한화손보 측은 이씨가 불필요한 병명으로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고 입원 일당 위주 고액의 보험금을 받았다며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씨가 보험료를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맺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업이 없는 이씨와 택시기사인 이씨의 남편이 정기적으로 부담하기에는 어려울 정도의 보험료”라며 “단기간 내 다수의 입원일당 보험을 체결할 만 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식도염, 식이운동 이상증 등의 병명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며 보험금을 받았는데 통상적인 경우와 비교해 볼때 입원횟수와 기간이 상당히 잦고 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씨의 보험 가입이 순수하게 생명·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험사고를 빙자하여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1·2심은 이씨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원심 재판부는 “이씨가 가입한 보험계약마다 보장 내용에 차이가 있으므로 일부 보장내용이 중복된다는 점만으로 부정한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