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밸뷰 병원 밖에 임시 영안실로 사용되는 냉동트럭이 한 줄로 늘어서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에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명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루 사이 7만3,000여명이 늘어나면서 1일 전 세계 확진자 수가 87만명을 넘었는데 이 속도라면 금명간 1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미 동부시각)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 대비 1만6,316명 늘어난 87만4,63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도 1,100여명 증가해 누적 사망자는 4만3,400여명을 넘어섰다. 전날만도 7만3,000여명이 늘어나는 등 최근 빨라진 속도를 감안하면 48시간 안에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3년 사스 감염자는 전 세계 8,000여명, 2015년 메르스의 경우 감염자가 2,500명선이었지만 코로나19는 넉 달여 만에 전 세계 감염자가 100만여명에 달해 신종플루와 같은 일상적 공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확산세에 기름을 부은 건 미국이다. 세계 최대 코로나19 발생국이 된 미국의 확진자 수는 이미 19만명에 육박한다. 일일 기준 확진자 수도 2만명을 넘어섰다. 한동안 하루 1만명씩 증가하던 것이 점점 확대돼 이제는 하루 3만명을 넘볼 태세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의 환자 수를 앞지른 것이 지난달 27일인데, 나흘 만에 중국의 두 배를 넘어섰다. 사망자 수도 중국을 추월해 이탈리아·스페인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국가가 됐다. 코로나19를 독감에 비유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확산 속도가 거세지자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다가올 30일간 지침을 따르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것은 생사의 문제”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매우 힘든 2주를 앞두고 있다” “매우, 매우 고통스러운 2주가 될 것”이라는 말을 연발하며 “모든 미국인이 앞에 놓인 힘든 기간을 준비하길 바란다. 터널의 끝에는 빛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에서 머물되 아플 경우 의사를 부를 것, 식당이나 술집에 가는 것을 피하고 음식의 경우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을 선택할 것, 노인을 보호할 것 등 추가 지침도 공개했다.
백악관 태스크포스 전문가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더라도 10만명에서 24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 모델을 소개했다. 또 최악의 시나리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었다면 150만명에서 22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이 숫자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만큼 우리는 그것에 대해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그렇게 높게 치솟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럽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유럽 내 코로나19 진원지였던 이탈리아에서 다소 기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인접국으로 번지면서 유럽 확진자 수는 전체 확진자의 절반에 가까운 4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스페인은 누적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었으며 사망자도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러시아도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여명을 넘어서자 러시아 전역의 85개 연방주체(지방정부) 가운데 51개가 자가격리 조치를 도입한 데 이어 의무적 격리 조치 등의 보건·전염병 규정 위반자에 대해 50만~100만루블(약 770만~1,500만원)의 범칙금을 물리거나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행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아프리카에서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Africa CDC)는 31일 기준 확진자는 5,255명에, 사망자는 172명이라고 밝혔다. 중남미도 브라질에서 하루 만에 확진자가 1,000명 이상 폭증하는 등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가 가파르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 인구 75억명의 70%인 55억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신종플루와 달리 백신이 없어 확산세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경기둔화 등 후폭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