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실적쇼크·자금 압박…현산 '아시아나' 내려놓나

■'아시아나 인수' 기로에 선 현산
"기업결합승인 지연에 유증 연기"
현산, 외부요인 영향이라 했지만
"최악 치닫는 재무구조 탓" 무게
라임투자 등 우발채무도 부담
産銀에 자금회수 연장 요구 고심
인수 철회 할 가능성 배제 못해


미래에셋대우(006800) 등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가(LP)들의 자금력이 경색됐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5%를 5,000억원에 취득한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장단기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투자를 진행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에서는 HDC현산이 KDB산업은행 등에 자금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그동안 HDC현산은 코로나19 사태가 올해 내로 종식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V’ 자 반등이 가능하다는 내부적인 판단 아래 아직까지 자금지원이나 대출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 실제 HDC현산 내부에서는 문제가 생겨도 자체자금으로 9개월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고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 HDC현산은 한도대출(크레디트라인)을 유지하며 지원자금 회수 일정을 늦춰달라는 요구를 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했고, 신용한도를 8,000억원 규모로 열어주는 등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여신한도는 6,500억원가량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산은 측은 “HDC현산이 조건 변경 등의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실제 HDC현산으로부터 5,000억원의 영구채 출자전환, 신용보강 등 구체적 요청은 아직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청을 받아 본 후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며 “지금 방향성을 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HDC현산의 요청을 뿌리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의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가 터져 세계 각국이 항공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점도 지원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이미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해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도 지원할 수 있다는 시장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A+’로 비교적 우량한 HDC현산을 지원하는 게 맞는지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HDC현산이 산은에 몇 가지 제안을 했으나, 특혜의혹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다른 카드로 유상증자 연장을 결정한 것”이라며 “HDC현산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는 후순위로 들어가 보전이 보장된 덕분에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시진·이태규기자 see1205@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