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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게 된 가운데 이참에 ‘9월 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온라인 개학’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데다 ‘9월 학기제’의 이점도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1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신학기 개학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은 이달 9일에 온라인 개학하고, 다른 학년은 오는 16일과 20일에 순차적으로 온라인으로 개학해 원격수업을 시작한다. 유 장관은 “4월 말부터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인프라 미비 등의 현실적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온라인 수업 플랫폼 가운데 가장 준비가 잘 돼 있는 e학습터는 교원들의 학급방 개설이 폭증하자 전일 마비됐고, 앞서 EBS 온라인교실도 초기 가입자 폭증으로 일주일 이상 다운되는 등 두 차례 멈췄다.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도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부에서는 쌍방향 수업을 권장하는데 그게 가능했다면 학원이나 과외도 굳이 왔다 갔다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실은 소통하기도 쉽지 않고 장비 문제 등 별일이 다 생긴다. 초창기에는 엄청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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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모들이 자녀들의 온라인 수업 이수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다는 비판도 있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맞벌이 부모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맞벌이라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듣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수업 도중 끊김 현상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인데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참에 ‘9월 학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나 개학 연기 등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다. 현재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계 70% 이상의 국가에서 9월 학기제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 9월 학기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호주, 일본뿐이다.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게 되면 외국 학교와의 국제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고, 유학생들의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애매한 2월 봄방학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과거 1997년, 2007년, 2015년 정부에서 ‘9월 학기제’ 전환 여부를 검토한 적도 있지만 학사 일정을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의 부담이 커 무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9월 학기제’를 도입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 청원인은 “9월 개학을 진지하게 제안드린다”며 “그렇게 하면 세간에 떠도는 1년 유급이라든가, 고3문제라든가, 비대면평가 문제라든가, 방학 문제라든가, 기타 등등의 많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재 학생들 안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학습 또한 질적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이것은 한두 주 후 온라인으로 돌린다 해도 마찬가지”라며 “학생들의 집중력 하락, 교사들의 역량 차이 등으로 ‘온라인 개학’은 운에 맡기는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청원인도 “무리해서 개학을 하거나 1~2주 연기는 오히려 혼란과 논쟁만 가중될 것”이라며 “차라리 9월에 1학기 개학을 하고 학사일정은 그에 맞춰서 후속 작업으로 보완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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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에서도 9월 학기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처럼 3월에 개학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밖에 없다. 만일 코로나19로 개학이 더 늦어진다면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9월 학기제 도입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지난달 23일 입장문을 내고 “지금은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해야 할 때지 ‘9월 신학년제’를 논의하며 혼란을 부추길 때가 아니”라며 “새 학년 시점을 바꾸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이 일고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금 ‘9월 학기제’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3월 23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 나오는 9월 학기제 도입 주장에 대해 “개학 시기 논의와 연계해 ‘9월 학기제 시행’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