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과했나.. 순부채만 6.5조원 넘어선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2018년 순현금 3조874억원에서 2019년 순부채 6조5,287억원으로 전환
공격적 투자 지속한 반면 반도체 경기 하락으로 이익 감소
최근 3년간 투자액 10.3조→17조→12.7조
SK하이닉스 “보수적인 투자 집행으로 재무안정성 회복 예정"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의 과점 시장 체제가 수년째 지속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재무제표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올해 5G 보급 확대와 서버 업체들의 클라우드 투자 확산으로 영업이익 ‘V자 반등’을 기대했으나 코로나로 ‘U자 반등’ 마저 버거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익 추이가 ‘L자’ 형태의 그래프를 띌 것이란 우려도 내놓는다. 실제 순현금이 마이너스 6조원을 돌파한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채 시장까지 경색되고 있어 공격적 투자에 나설 여력이 많지 않다. SK하이닉스 측은 “향후 5G 본격화와 자율주행자동차 확산 등으로 인해 증가할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일정 수준의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에 시장 변동성을 재확인한 만큼 보수적인 투자 집행 기조하에 재무안정성 회복에 초점을 맞춰 효율적 투자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2공장
반면 최근 3년간 매년 20조원이 넘는 금액을 반도체 시설 등에 투자한데다 유동자금이 차입금의 6배 규모인 108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는 충분한 투자 여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시장 변화에 탄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27조3,456억원), 2018년(23조7,196억원), 2019년(22조5,649억원)을 합쳐 최근 3년간 반도체 부문에만 73조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반도체 가격 하락이 공급 과잉에 따른 평균판매가(ASP) 하락 때문이라 판단하고 1x라인의 1y·1z라인 전환 및 DDR5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설비 도입 등으로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8일 주주총회에서 “메모리 업계는 공정 전환 중심의 투자가 진행돼 전년 대비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는 등 점유율 보다는 이익 확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기본적으로는 공정전환과 재고활용 등을 통해서 수요 증가에 대응할 예정이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클린룸과 같은 인프라 투자는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며 보수적 투자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삼성전자는 1년 가량이 소요되는 클린룸 건설 등의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는 만큼 수요에 따른 반도체 생산량 조절 등도 훨씬 유연하게 대처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상승을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2공장에 약 70억 달러를 투자해 지난달부터 낸드플래시를 양산 중이며 향후 생산량 증대(Ramp-up)를 위해 8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또 올 연말께 평택 2라인을 통해 D램도 추가 양산할 예정이다. 다만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데다 수요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들 공장의 가동 및 램프업 시기를 기존 계획 대비 늦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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