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BSI 추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 2·4분기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소비와 생산은 물론 글로벌 수요까지 직격탄을 맞으면서 내수·수출기업의 경기전망을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지난 1·4분기보다 18포인트 하락한 57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1·4분기의 55에 근접한 수치로 낙폭 역시 당시(-24포인트) 이후 최대치다.
BSI가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감염병 확산에 따른 매출 감소와 생산 차질이 자금 회수를 차단해 기업을 극심한 자금 압박에 몰아넣는 실물·금융 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미국·유럽 등지에서 감염병이 급속도로 퍼지는 등 장기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체감경기의 반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느끼는 피해는 수치로도 입증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활동에 피해를 입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71.3%가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내수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70.3%),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수출 감소(30.1%), 중국산 부품·자재조달 어려움(29.4%), 방역물품 부족(29.4%), 자금 경색(24.0%) 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지난해 1·4분기 실적 대비 올해 1·4분기 매출액 감소폭은 평균 22%로 집계됐다. 과거 경제위기와 비교한 산업현장의 피해 정도에 대해 기업들은 IMF 외환위기 때와 유사(41.4%)하거나 더 크다(35.6%)고 답했다. 금융위기 때와는 피해가 유사(41.8%)하거나 더 크다(41.4%)는 응답이 더 적다(16.8%)는 답변보다 훨씬 많았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체감경기 전망은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2·4분기 수출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63으로 전 분기보다 25포인트 하락했으며 내수부문은 56으로 15포인트 떨어졌다.
지역별 체감경기는 전국의 모든 지역이 기준치를 밑돌았다. 특히 코로나19로 2월 관광객이 40% 넘게 감소하는 피해를 입은 제주(43)와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이 높은 충남(43), 대구(50), 경북(51) 등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감염병 피해가 큰 대구·경북지역에 밀집한 섬유·의류(45), 자동차·부품(51), 기계(59) 부문을 중심으로 모든 업종의 체감경기가 기준치를 밑돌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과제로는 금융·세제 지원(72%), 공정거래·세무조사 등 기업조사 유예(35.3%), 조업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31.4%), 내수·관광 회복을 위한 인센티브(28.5%), 서비스·신산업 관련 규제개혁(15.7%) 등을 차례로 꼽았다.
대한상의 코로나19 대책반장인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코로나의 경제적 충격이 대·중소기업, 내수·수출, 금융·실물에 관계없이 매우 광범위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정상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일시적 자금경색으로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일선 창구에서의 자금 집행 모니터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