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박사방' 영상 올리고 링크 홍보까지…'제2 박사방' 된 채팅 앱 디스코드

디스코드 서버에서 성착취물 구매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성 착취물 유통 통로가 되어온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와 관련한 대대적 수사에 나선 가운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디스코드(Discord)에서는 한 단계 진화한 형태의 성 착취물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디스코드의 한 성착취물 서버에는 성 착취물 제작·유포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조주빈(24)의 텔레그램 ‘박사방’ 자료들이 고스란히 올라왔다.

운영자가 올린 10초 미만의 짧은 길이와 영상에 뚜렷하게 적힌 ‘박사’라는 워터마크가 찍혀있었다. 이는 조씨가 박사방 유료 회원을 모집하려 만든 ‘맛보기 영상’이다. 이 영상에 대해 회원들은 “대박이다”, “다른 영상도 있느냐”등의 반응을 보이며, 각자가 보유한 성 착취물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디스코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온라인 메신저 기업이다. 텔레그램 대화방과 달리 서버 안에 여러 개의 작은 대화방인 ‘채널’을 만들고, 이용자들에게 등급 부여가 가능해 작은 인터넷 카페처럼 관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주로 게임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메신저로 알려져 있는데, 텔레그램으로 수사망이 좁혀오자 일부 음란물 유포자가 디스코드 등 다른 메신저로 이동한 것이다. 현재는 성 착취물 공유에 악용되고 있다.


디스코드에는 박사방의 유료대화방처럼 이 같은 성 착취 영상을 돈을 받고 공유하는 서버도 존재한다. 지난달 초 개설된 한 성 착취물 공유 디스코드 서버는 ‘VIP방’, ‘VVIP방’은 1개월에 4만원어치 문화상품권을 운영자에게 보내야 영상을 이용할 수있다. 1만원만 더 내면 무기한으로 이용가능하다.

이는 조주빈이 텔레그램에 여러 단계의 ‘박사방’을 만들고, 이용자들이 낸 돈에 따라 이용등급을 달리 한 수법과 비슷하다.

성착취물 공유 대화방 순위를 집계하는 디스코드 서버. / 사진=연합뉴스

또 성 착취물 공유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링크를 한데 묶어 홍보하고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약 7,000여명이 접속한 디스코드 홍보서버에는 매일 자정 성 착취물 공유 서버 접속자 순위와 서버 링크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해당 서버가 제공하는 통계에 따르면, 이용자의 3분의 2가량인 4,700여명이 성 착취물 공유 서버를 이용하고 있었다.

한편 지난 달부터 자체 모니터링과 여성단체 제보 등을 통해 텔레그램과 디스코드를 이용한 불법 음란물 유통 사례를 수사 중인 경찰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별로 책임수사관서를 지정했다.

경찰청 본청은 위커(Wickr), 서울지방경찰청은 텔레그램, 경기남부경찰청은 와이어(Wire), 경기북부경찰청은 디스코드를 맡은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디스코드를 비롯한 해외 소재 IT 기업들과 공조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SNS별 수사기법도 개발 중”이라며 “구체적인 수사 협조 상황은 밝힐 수 없지만, 이와 무관하게 가상화폐·문화상품권 거래 내역 분석 등으로도 추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