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의 고용시장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미국 경제가 전방위적인 위기에 처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일주일 새 328만건에서 665만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하고 2주에 걸쳐 1,000만건에 가까운 폭증세를 보이자 미국 고용시장의 최장기(113개월) 호황도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미국 자동차 업계의 판매가 급감한데다 호텔 투숙률도 20%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며 실업 대란의 공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 판매실적 10%대 감소=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내 판매실적이 일제히 급락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1·4분기 미국 내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10% 줄었다고 이날 발표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1~3월 판매량이 7%가량 떨어졌다고 밝혔으며 일본 닛산자동차는 30%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역시 판매실적이 9%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과 유럽에서 먼저 판매감소를 겪기 시작했다. 미국의 신차 수요는 3월 초까지 강세를 유지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면서 사람들이 대면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쇼룸(전시실) 방문 등을 피하자 미국에서도 급격한 판매감소가 발생했다. WSJ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국가의 가장 큰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위태로워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호텔 투숙률 20%대로 급감=전 세계적으로 국경을 걸어잠그고 이동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호텔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1일 CNN에 따르면 호텔 리서치 회사인 STR은 지난주 미국 호텔 투숙률이 22.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7.5%에서 급락한 수치다. 지난달 둘째주(8~14일) 53%를 기록한 미국 호텔 투숙률은 셋째주에 30.3%로 미끄러지더니 급기야 20%대까지 떨어지며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대표적 여행지인 하와이주 오아후섬의 호텔 투숙률은 지난해 86.4%에서 지난주 10.5%로 급락했다. 미국호텔숙박협회(AHLA)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 사태로 호텔 수요가 위축되며 호텔 업계 종사자 중 44%가 해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위축 국면’으로 접어든 제조업 경기=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 경제가 받은 충격은 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1일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월(50.1)보다 하락한 49.1로 나타났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하는데 2월까지 확장세였던 제조업 경기가 3월 들어 위축세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앞서 이 같은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장기간 이어지는 경제활동 중단의 핵심적 우려는 파산과 해고 물결의 위험”이라고 지난달 27일 설명했다. 같은 날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가 발표한 주택 구매를 위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10.8, 전년 동기 대비 24% 줄어들며 주택시장에서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준, 대형은행 자본요건 완화 등 총력방어=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채시장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대형은행에 적용하는 레버리지 규정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준은 1일 성명에서 연준에 예치한 미국 국채 보유분을 ‘보충적 레버리지비율(SLR)’ 산정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 여력을 강화하기 바란다고 연준은 설명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