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타결' 김칫국 마신 文정부... 방위비 협상, 강경화-폼페이오 통화에도 불발

'이르면 1일 발표' 2일에도 불발
실무 논의 한계에 康 직접 나서
트럼프 성향 감안 '신중론' 확산
"잠정안 흘려 혼란만 야기" 지적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이르면 지난 1일 발표될 것이라던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막판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까지 동원하고도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이 대규모 무급휴직을 당한 상황에서 SMA 협정이 예상보다 난항을 겪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핵심 사항에도 의견을 일치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 정부만 ‘잠정 타결’됐다고 김칫국을 마신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2일 외교부 당국자는 “고위급에서도 계속 협의했는데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협상이 조기에 타결되도록 계속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MA 협상에 양국 공식 대표인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윗선까지도 동원했으나 합의를 이끌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자가 지칭한 고위급은 강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었다. 청와대와 정부의 당초 기대와 달리 SMA 막판 협상이 생각보다 지지부진하게 흐르자 실무진 간 논의에 한계를 느낀 강 장관이 직접 나서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 상황을 점검하고 조기 타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1일에 이어 2일에도 SMA 합의가 불발되자 외교가 안팎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적인 성향을 감안해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섣불리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방위비 협상을 직접 챙겨온 만큼 최종 재가 전 실무진의 잠정 합의안을 거부한 게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금도 ‘공정한 합의’를 강조하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동맹들이 (방위비 부담 등에) 더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3일에도 합의를 끌어내기는 어려울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재인 24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협정이 잠정 타결돼 이르면 1일 발표할 것’이라던 한국 정부의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중을 기해야 할 외교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미국 현지에서도 나오지 않은 잠정안 정보를 미리 흘려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양국은 한시적으로 1년간 적용됐던 SMA의 유효기간을 기존처럼 5년으로 되돌리는 방안으로 의견을 좁혔다. 총액 부분도 한국 측이 주장하던 1조원의 ‘10%+α’에서 시작해 5년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조율했다.

청와대 역시 전날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는 분석을 부정하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정부 내부에서는 협정 성과가 클 경우 관례와 달리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가 결과를 발표할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돌았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협정 타결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갑자기 잠정 타결됐다고 해서 굉장히 놀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무기 구매 등 이면 합의도 없이 우리 측 입장을 크게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윤경환·윤홍우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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