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엿보기] ‘코로나 총선’에 '물갈이→승리' 깨지나

③인적쇄신의 역풍
코로나로 유권자 만날 기회 줄어
정치신인·험지차출 의원 불리해져
물갈이폭 큰 野에 더 '毒'될 수도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광주에서 21대 총선에 출마한 북구갑 범기철 후보(왼쪽)가 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입구에서 기자들에게 손가락으로 정당 기호를 표시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총선 판을 뒤덮으며 ‘물갈이→총선 승리’의 공식이 깨지게 생겼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현역의원 44%를 교체하며 신인들을 대거 투입했지만 대면 선거운동 제한으로 이들이 자신을 홍보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험지로 차출된 통합당 의원들도 새 지역구 주민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제한돼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2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129명 중 36명(27.8%)이 공천배제(컷오프)·경선패배·불출마 등으로 교체됐고 통합당(미래한국당 포함)은 124명 중 54명(44%)이 낙천했다. 여당은 일찌감치 공천 규칙을 정해놓고 후보를 선정하는 ‘시스템 공천’을 했다. 그 결과 공천 잡음은 줄어들었지만 현역 교체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반면 통합당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중심으로 당내 핵심들을 쳐내는 공천을 했다. 일부 중진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공천 불복도 있었지만 상당한 규모의 인적 쇄신이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역대 총선에서는 ‘큰 폭의 인적 쇄신’이 곧 선거 승리로 연결됐다. 지난 18대 총선 때는 물갈이 비율이 38%에 달한 한나라당이 19%에 그친 통합민주당에 압승했다. 19대 때는 새누리당이 47%의 교체율을 기록하며 37%를 바꾼 민주당을 이겼고 20대 총선에서는 33%를 교체한 민주당이 24%를 바꾼 새누리당을 눌렀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에서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광주 북구을 8명 후보의 선거 벽보를 붙이고 있다./연합뉴스

이러한 승리 방정식이 코로나19라는 변수로 흔들리고 있다. 감염병 확산으로 신인들이 직접 주민들과 만나 자신들을 알릴 기회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이들은 대면 선거운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홍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모든 정치 이슈를 잡아먹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수원정에서 박광온 민주당 의원에게 도전하는 홍종기 통합당 후보는 “정치 신인이라 더욱 많은 유권자를 만나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지역 행사도 줄고 유권자들과 대면 접촉하는 게 제한적”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며 인지도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방역 활동으로 사실상의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여야 공천 결과 여당 현역 의원이 통합당 신인 혹은 비현역 후보와 대결하는 지역구는 83곳으로 통합당 현역이 민주당 신인과 맞붙는 58곳보다 25곳 더 많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이전에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신인들에게 마이크가 갔을 텐데 올해는 선거에 대한 관심이 차단됐다”며 “현역 프리미엄이 다른 과거 총선보다 올라가는 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험지로 차출된 통합당 현역 의원들의 고민도 깊다. 이혜훈(서초갑)·김용태(양천을)·이종구(강남갑) 의원은 공관위의 권고에 따라 여당 우세 지역으로 꼽히는 동대문을, 구로을, 경기 광주을로 지역을 옮겼다. 기존 지역구에서는 중진 의원들이었지만 이들 역시 새 지역구에서는 ‘뉴페이스’다. 김 의원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감염병 때문에) 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교감하고 생각과 비전을 말씀드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겸허히 받아들이고 악전고투하겠다”고 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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