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뒷줄 왼쪽 세번째) IBS 연구위원을 비롯한 나노 입자 연구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IBS 나노 입자 연구팀은 나노 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퀀텀닷(QD)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배터리, 화학제품 등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나노입자 분석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기반 ‘초격차’ 전략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박정원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 입자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나노 입자의 3차원 구조를 0.02나노미터(1nm=10억분의 1m)의 정확도로 분석하는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나노 입자는 최대 수백 개의 원자로 이뤄진 1나노미터 이하의 물질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촉매, MRI 조영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 중이다. 해당 연구는 호주 모나쉬대학교를 비롯해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 입자의 표면 구조와 변화 요인을 규명한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의 3일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노 입자는 원자 배열의 미세한 변형에도 디스플레이 순도 향상이나 연료전지 촉매 성능 개선 등이 가능해 면밀한 구조 파악이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지금까지 나노 입자의 크기 등은 2차원 정보만 관찰 가능할 뿐 나노 입자의 원자 배열 등 3차원 정보 확인은 불가능했다.
액체셀에 담긴 백금 나노 입자.
박정원 교수 연구팀은 나노 입자가 액체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회전하는 현상에 주목해 나노 입자를 연속 촬영할 수 있는 ‘액체 셀’과 3차원 데이터 구성을 위한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액체 셀에 나노 입자를 담아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초당 400장의 이미지를 촬영해 얻은 2차원 평면 이미지를 3차원 데이터로 재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나노 입자의 3차원 구조를 0.02나노미터의 정확도로 분석할 수 있는 분석 기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백금(Pt)을 이용해 나노 입자의 3차원 원자 배열을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가 QD디스플레이의 색 순도와 휘도 향상, 석유화학 산업과 연료전지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촉매의 성능 개선,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한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방법을 활용하면 수많은 종류의 나노 입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다”며 “나노 입자의 3차원 구조 분석 기술은 나노 입자뿐 아니라 단백질과 같은 생체 분자에도 적용이 가능해 새로운 융합 연구에도 활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백금 나노 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
박정원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2018년 11월 삼성미래육성사업의 과제로 선정돼 연구 지원을 받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국가 미래 과학기술 연구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10년간 1조 5,0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지금까지 561개 과제에 7,189억 원의 연구비를 집행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