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본사 전경. /서울경제DB
KB금융(105560)지주가 푸르덴셜생명 인수전 승리의 코 앞까지 다가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저금리 기조를 굳히는 코로나19 사태 등의 악재에도 타 인수후보를 압도하는 2조원 중반대에 가까운 가격을 써냈다. 다만 2012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인수 당시 2조원 중반대 몸값을 써내고도 이사회 문턱에 막혀 MBK파트너스에게 승자 자리를 뺏겼던 전례가 있어서 그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19일 시작된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에서 2조원 중반대에 가까운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경쟁자인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등 사모펀드(PEF)는 2조원 안팎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인수전에 정통한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2조원 중반에 가까운 금액을 써내면서 가격으로만 놓고 보면 다른 경쟁자들을 앞질렀다”며 “매각 주관인 골드만삭스 측에서 KB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지 아니면 차순위 후보까지 묶어서 다시 입찰서를 받는 ‘프로그레시브 딜’을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이 써낸 2조원 중반대의 몸값은 시장에서 평가하는 가격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통상 금융사의 인수·합병(M&A)에서 기업가치(EV)는 주가순자산배율(PBR)로 추정한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은 3조1,267억원. 비교군이라고 할 수 있는 오렌지라이프의 최근 PBR 0.59배를 적용하면 적정 몸값은 1조8,450억원 수준이다. 푸르덴셜 측은 MBK파트너스가 신한금융지주에 오렌지라이프를 매각할 때 적용한 PBR 1.1배의 가격(3조4,000억원)을 원하고는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급변했다. 실제로 최근 보험업 1위 삼성생명(032830)의 PBR은 0.16배, 3위인 한화생명(088350)은 0.06배까지 급락했다. 경영권에 얹어주는 웃돈을 포함하더라도 2조원 안팎이 적정 가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건은 KB금융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어윤대 전 회장이 KB를 이끌던 당시 이사회는 ING생명 인수에 써낸 2조원 중반대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이를 부결시킨 바 있다. 당시 이사회도 비은행 부문 강화에는 공감을 표했지만 자본적정성 유지 등이 더 중요하다는 표가 인수를 찬성하는 표와 정확히 반반으로 갈렸다. 결국 KB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ING생명은 1조8,400억원에 MBK파트너스 품에 안겼다.
KB금융 이사회가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부결시킬 경우 경쟁구도는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2파전’으로 바뀌게 된다. 이 경우 푸르덴셜 측은 다시 한번 호가경쟁을 붙이는 이른바 ‘프로그레시브 딜’로 최종 인수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