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4·3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주문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었지만 문 대통령은 제주행을 강행하며 4·3 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국가적 의지를 피력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4·3 희생자 추념식에 두 차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주4·3평화공원 추념광장에서 열린 제72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의 완전한 해결의 기반이 되는 배상과 보상 문제를 포함한 4·3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예년 참석자의 1% 수준인 150여명으로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문 대통령은 2년 넘게 국회에 발이 묶인 4·3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2017년 발의된 이 개정안은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등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문 대통령은 “제주 4·3은 개별 소송으로 일부 배상을 받거나 정부의 의료지원금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는 것에 머물고 있을 뿐 법에 의한 배·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치권과 국회에도 4·3특별법 개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념식을 찾은 여야 원내대표도 4·3특별법 개정안의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20대 국회가 완료되기 전 4·3특별법이 개정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했으며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우리 당의 제주 지역 1번 공약이 4·3특별법 개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통과가 지연된 원인과 관련해서는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제주 4·3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그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날조되고 무엇이 우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또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이번 일정이 성사됐다”면서 “4·3의 가치인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을 미래 세대에게 전승하고 국가 추념식의 의미를 높이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