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스마트폰에 갇힌 일상, 바보가 된 사람들

■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더난출판 펴냄
편리함 앞세워 지나치게 의존
휴대폰 없인 불안 '중독 단계'
근시 유발·사고력 증진 막고
지능지수·공감능력 떨어뜨려
미래 잠재적 위험까지 경고


스마트폰이 출현한 지 10여 년. 그동안 스마트폰은 전 세계 인구 수보다 더 많이 생산됐고, 이용자 수만 40억명이 넘는다. 인류의 상당수는 깨어 있는 시간의 3분의 1 가량을 이 작은 기계를 만지작거리며 보낸다. 그 결과, 많은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이 잠시만 손에서 떨어져도 초초해하고 불안을 느끼는 중독의 단계로 넘어왔다. 스마트폰 없이는 5분을 버티지 못하고, 심한 경우에는 강제로 사용을 제지당하면 손을 물거나 욕을 하는 등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른바 ‘노모포비아(Nomophobia)’ 현상이다. 노모포비아는 영국 케임브리지 사전이 선정한 2018년 올해의 단어로 ‘노 모바일폰 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이다.

신간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는 지난 10년간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과 앞으로 닥칠 잠재적 위기에 대해 경고한다. 저자인 독일의 뇌과학자 만프레드 슈피처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스마트폰에 잠식당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이 우리 자신과 가족,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을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의 원제가 ‘스마트폰 전염병’이라는 점만 봐도 스마트폰에 따른 해악을 얼마나 심각하게 다루는지 짐작할 수 있다.

책이 스마트폰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는 것은 현대인들의 ‘근시’다. 근시는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싱가포르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마다 근시를 치료하는데 1인당 709 달러(한화 87만원 상당)가 든다. 이 금액을 2050년 100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인구의 절반에 대비하면 한해 근시 치료비로 무려 3조5,000억 달러(4,298조원 상당)가 소요된다는 추산이 나온다. 여기에 근시 환자의 10%는 시력 상실의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런 점을 들어 책은 근시를 새로운 ‘팬데믹’으로 규정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EPA연합뉴스

특히 근시는 성인보다 어린아이나 청소년에게 더욱 위협적이다. 요즘 아이들은 야외보다 실내에서 줄곧 시간을 보내면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그 중에서도 가장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책은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국에서는 이미 청소년의 90% 이상이 근시를 앓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런 추세를 볼 때 근시가 늦어도 30년 뒤에는 팬데믹으로 바뀔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한다.

창궐하는 가짜뉴스도 스마트폰 의존증과 직결된 사회적 문제다. 스마트폰과 함께 사람들에게는 아무 비판 없이 수동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자극적인 것에 집중적으로 노출된 결과, 진짜뉴스보다는 가짜뉴스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특히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IT기업들은 이용자들을 더 오랜 시간 붙들기 위해서 극단주의, 가짜뉴스 유포, 개인정보 수집, 정치적 조작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기도 한다고 책은 비판한다.

책은 나아가 스마트폰이 새로운 사고의 기준이 된 ’포노 사피엔스‘를 등장케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의 도움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깊게 사고하지 않는다. 20세기에 걸쳐 인간의 지능은 점차 높아졌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사람들의 IQ가 10년간 1.5포인트씩 감소했다. 지능 지수 1포인트를 가치로 환산하면 한 인간의 평생 소득에서 1만8,000유로(한화 2,400만원 상당)를 차지한다. 이런 효과가 선진국 인구 10억명에게 미친다고 계산하면 매년 4,000억 유로(536조4,000억원 상당)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공감능력 저하와 주의력 결핍, 논리적 사고와 긴 호흡의 독서에서의 어려움,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험 등 스마트폰이 초래하는 부작용은 무수히 많다.

저자는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개인과 사회의 안일함에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다. “편리함과 신속함이라는 무기로 스마트폰이 얼마나 교묘하게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지 알 수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은 어떤 전염병을 더 만들 것인가, 우리는 얼마나 더 무능해질 것인가.” 1만6,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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