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기간산업 지원하는데 한국은 '미적미적'

美, 석유업계 CEO와 해법 모색
日·유럽도 신용경색 기업 구제
韓은 中企 중심 시장안정대책 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항공과 조선·정유·철강 등 기간산업에 대한 정책지원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영난을 호소하는 석유업계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만나 해법을 모색 중이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회사채까지 매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일시적 신용경색에 빠진 대기업 구제에 발 벗고 나섰다. 우리는 영 딴판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지세력을 의식해 대기업 지원에 대해서는 원론적 얘기만 나열할 뿐이고 채권안정펀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 시장안정대책도 중소기업 중심으로 꾸려졌다. 대기업들은 그야말로 ‘사각지대’에서 홀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4면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는 사내유보금을 활용하라고 하는데 당장 유동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대기업은 고용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지원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로 대기업이 도산할 경우 협력사로 도미노 부도가 이어지고 실업 양산이 불가피한 만큼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민 경제적으로 중요한 기간산업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정책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셧다운 위기에 몰렸고 유가급락으로 정유업계도 막대한 손실을 보는 상황에서 어떤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금융사를 포함한 대기업은 우선 내부유보금 등 가용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거래은행 및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대기업 지원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인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신용경색으로 회사채는 고사하고 단기자금인 기업어음(CP)도 조달하기가 힘든데 내부유보금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다.

신성환 홍익대 교수는 “대기업은 알아서 견디라는 스탠스 같은데 말이 안 된다. 다른 나라는 엄청난 지원과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갈라치기하는 것은 정치적인 고려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양준기자 이태규기자 mryesandn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