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증시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증시 역사에 남을 만한 변동성을 겪은 3월이 지나고 4월이 왔지만, 증시는 여전히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1,700선을 두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겉으로는 ‘폭풍전야’와 같이 고요한 모습이지만 언제 주가가 급등락할지 몰라 투자시장 내부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3월 말 급반등에 성공한 국내 증시는 아직까지 1,700 고지를 두고 지리한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증시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지수는 하루 상승하면 하루는 하락하는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매일 1~2%의 등락 속에서 투자자들은 치열한 눈치싸움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1,700선을 회복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6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24조1,600억원으로 증시 급반등이 이뤄졌던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하루 평균 거래량 18조1,171억원보다 33.4%나 증가했다. 증시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으니 투자자들이 ‘될 것 같은’ 종목을 찾아 매매를 늘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려했던 변동성은 이달 들어 잠시 주춤해진 모습이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달 70포인트 선을 훌쩍 넘었다가 최근엔 40포인트선까지 하락했다.
국내 증시의 최대 위협으로 작용했던 원·달러 환율 역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미국과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가 체결됐고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의 무제한 양적완화 조처로 기업의 신용 우려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도 배럴당 20달러 붕괴의 코앞까지 다가갔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소식에 급반등했다.
애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시작됐지만, 국제유가 급락과 강달러로 강도가 더해진 이번 약세장에서 이제는 최초의 근원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3월 말의 빠른 반등과 변동성 축소로 이제는 4월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의 향후 증시 전망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4월 코스피 지수의 상·하단 밴드도 증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최고 2,000포인트에서 최소 1,300포인트까지 넓게 포진해 있다. 2,000선은 지난해 말 기업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엿보일 때의 수치고, 1,300포인트는 지난달 급락장에서 지수가 가장 낮았을 때보다 100포인트 이상 하향된 수치다. 사실 증시전문가들조차 제대로 된 전망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현재의 주가가 적어도 저가 매력이 있는 구간이라는 것에는 입을 모은다. 현금을 보유하라고 했던 지난달과는 달리 소폭 매수 확대를 조언하기도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3월 말의 반등이 기술적 반등일지 바닥을 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며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는다면 지난달과 같은 투매와 급락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전망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