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선의 부동산 TMI] <12> 발코니 확장은 왜 '필수'가 됐나

59㎡에 방 3개...확장 전제 꼼수설계
사실상 선택권 사라져 추가비용 부담


원룸이나 다가구주택에 살았던 때에는 베란다 있는 집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이불 빨래를 탁탁 털어 베란다에 널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하면서요. 그런데 정작 요즘 아파트에선 베란다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듯 합니다. 다들 수백만 원씩 추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베란다를 확장합니다. 베란다 없는 집이 일반화하면서 빨래 건조기라는 신생 가전이 생활필수품이 된 지도 오랩니다. 언제부터 베란다 확장은 아파트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걸까요. 집을 넓게 쓸 수 있는 베란다 확장이 과거에는 왜 지금만큼 흔하지 않았던 걸까요.

2005년 확장 합법화 여파

소형평수 대거 등장…대세로

◇ 아파트 베란다? 법적으론 ‘발코니’

= 우선 명칭 정리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인에게 아파트 거실에 붙어있는 외부와의 완충 공간을 지칭하는 말은 ‘베란다’로 굳어진 지 오래입니다. 기사의 앞부분에도 이런 점을 고려해 베란다라고 적었는데요, 사실 이는 틀린 표현입니다. 이 공간의 법적 명칭은 ‘발코니’로 베란다와는 전혀 다른 공간입니다. 발코니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건물 외벽에 튀어나와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베란다는 단독주택 등에서 위층 공간이 아래층보다 작아서 생기는 공간으로 1층의 옥상을 2층에서 사용하는 형태입니다. 즉, 고층 아파트에 베란다를 만들려면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것입니다. 발코니, 베란다와 비슷한 개념 중 ‘테라스’가 있는데요, 1층 내부에서 외부로 나갈 수 있도록 데크를 깔아 놓은 공간을 뜻합니다. 발코니 확장은 원래 허용되지 않았지만 2005년 12월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합법화 됐습니다. 베란다 확장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 불법 확장 성행하자 2005년 결국 합법화

= 발코니 확장이라는 개념이 없던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당시 발코니는 앞서 설명한 개념 그대로 유리창문이 없는,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완전한 실외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 들어 위층 발코니의 바닥을 천장 삼아 발코니에 알루미늄 섀시를 설치하는 집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모델이 한참을 이어지다가 일부 집들이 발코니 확장을 시도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발코니 확장이 불법이었기에, 관리실에서는 발코니 바닥에 보일러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도 비일비재 했습니다. 장판을 깔고 벽지도 발라 방처럼 만들었지만, 춥고 결로도 심해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집을 넓게 쓸 수 있다는 크나큰 장점 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추위를 감수하고 확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하도 많아지자 결국 정부는 2005년 건축법을 개정해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 하기에 이릅니다.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 되자 2006년 판교신도시 중소형 주택 분양에서 중견 주택건설업체를 시작으로 발코니 확장형 신평면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과천에서는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분앙한 ‘래미안 과천 센트럴 스위트’에서 발코니 확장 평면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습니다. 요즘 아파트엔 필수품이 된 식료품 창고 ‘팬트리’도 확장이 가능해지면서 탄생한 공간입니다.

◇ 확장 안 하면 살기 힘든 소형평형…수백만 원대 옵션비 부담

= 더 넓은 집에 살고 싶은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겠다는 취지로 허가된 발코니 확장은 시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형 평수의 등장입니다. 59㎡ 이하의 작은 평형도 발코니 확장을 통해 방 세 개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뽑아낼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이야기는 발코니 확장을 하지 않을 경우 주방에 싱크대가 들어갈 수도, 방에 침대가 들어갈 수도 없는 협소한 공간이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사실상 확장을 하지 않고는 살기 힘든 주택 유형이 탄생한 것입니다.

문제는 확장비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분양한 위례신혼희망타운의 경우 확장비용이 3.3㎡당 233만 원에 달했습니다. 비싼 곳은 발코니 확장비용이 3,000만 원에 육박하는 곳도 나왔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형평형이라도 발코니 확장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확장을 하지 않으면 거주하기 불편하고, 건설 효율성도 떨어져 확장을 최대한 권유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발코니 일부는 확장하고, 일부는 남기는 부분시공도 가능했으나 최근에는 평면 자체를 모든 발코니를 확장한다는 가정하에 설계하기 때문에 현재는 불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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