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자본 잠식될까 걱정...기내식 업체 하루 7만개에서 3,500개로

경영난 심각한 이스타항공 이어
에어서울·아시아나도 자본잠식
부실기업 퇴출 쉽게 항공법 개정
정부지원 없으면 줄도산 가능성
기내식업체 등협력업체 도산위기

코로나 19 여파로 하늘길이 맏힌 가운데 인천공항 2터미널에 서있는 여객기들/영종도=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사위기에 놓인 항공업계가 자본잠식 위험에 처했다. ‘개점 휴업’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수년 간 자본잠식이었던 이스타항공을 시작으로 에어서울마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003490) 인천 기내식 센터에는 항공기에 실리지 못한 기내식용 카트(밀 카트)가 끝을 빈채로 쌓여 있었다. 평소라면 냉장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을 센터 1층 출고장에는 20개의 도크(Dock) 가운데 10개가 아예 막혀 있었다. 열려 있는 10개 중에도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 기내식을 싣는 곳은 없었다.

기내식 업체가 쓰는 카트는 총 8,500에 달한다. 대부분이 항공기에 실려 승무원들이 승객 좌석으로 기내식을 배달하는 데 쓰이지만 코로나19 이후 대한항공뿐 아니라 전 세계의 항공사가 멈춰서면서 카트 5,000여개가 공장에 쌓여있다.

카트는 쌓여있는 반면 기내식에 필요한 식자재나 음식물은 생산공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업체의 작년 하루 생산량은 7만1,000식(1식: 한 사람이 기내에서 먹는 1회 식사) 정도였다. 지난주에는 3,700식으로 줄었다. 생산량이 20분의 1 넘게 줄어들었다. 최근 공급 대상 비행기는 대한항공 12대, 다른 고객사 2대에 그쳤다. 이 역시 평소(약 200여대) 20분의 1 수준이다.

음식을 그릇에 담는 ‘디시 업’(Dish-up) 작업장에는 가동 중인 생산 라인이 2곳뿐이었고 작업자도 10여명 정도에 그쳤다. 150명이 생산라인 20곳에서 일해야 하는 곳이다. 나머지 공간은 빈 카트가 채우고 있었다. 또 그릇에 담긴 기내식을 1인용 쟁반에 모으는 ‘트레이(쟁반) 세팅’ 작업장도 평소에는 500여명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곳이지만 이날은 근무자가 2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곳 역시 빈 카트만 잔뜩 쌓여 있었다.

공장 운영이 이런 실정이다 보니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 이 공장은 평소 하루 1,300명이 출근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일일 출근자 수가 300명 정도로 줄었다. 생산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파견업체 소속이다.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 김세용 수석은 “2001년 개항한 이래 이런 위기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며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때도 일일 생산량이 3만식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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