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르포-서울용산] 행정경험vs정치경험…격전 펼쳐진 '강북의 강남'

'30년 행정경험' 강태웅 후보 對
'3선·주중대사' 권영세 후보 격돌

서울 용산구의 한 거리에 선거벽보가 붙어 있다. /진동영기자

지리적으로 강북에 위치했지만 부촌이 많아 ‘강북의 강남’으로 불리는 서울 용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층이 많은 곳이다. 전체 공동주택 5만4,418가구 중 종합부동산세 대상 가구가 30%(1만6,448가구)에 달해 강남구(53%), 서초구(50.6%)에 이어 전국 3위에 달할 만큼 부유한 보수 유권자가 다수다. 하지만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이곳의 터주대감이었던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당선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용산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민주당과 보수의 깃발을 다시 꽂으려는 통합당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30년 정통 행정관료’인 강태웅 민주당 후보는 강력한 행정 경험을, 3선 국회의원 출신에 주중대사를 지낸 권영세 통합당 후보는 정치경험·인지도를 각각 앞세우며 표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서울 용산에 출마한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일 서울 용산 이촌동의 한 거리에서 유권자를 만나 명함을 건네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진동영기자

◇서울 부시장 출신 강태웅 “나는 행정의 달인”=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후 첫 주말을 맞은 5일, 만개한 벚꽃으로 행락 분위기가 절정에 달해야 할 시기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조용한 선거전’에 나서고 있는 여야 후보들은 확성기를 사용한 시끌벅적한 선거운동 대신 상가와 공원 곳곳을 돌면서 유권자들과 얼굴을 맞대는 골목 유세에 집중했다.

강 후보는 서울시 부시장까지 지냈지만 정치판에서는 신인이다.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서울의 핵심 지역구에서 전략공천까지 받은 인재지만 지역 내 인지도는 정치 신인과 다를 바 없는 상황. 이날 선거운동 중 강 후보가 명함을 건네며 인사했지만 그가 후보 본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이 눈에 띄었다.

때문에 강 후보는 부지런히 발로 뛰면서 인지도 확보를 위해 선거기간 동안 최대한 맣은 유권자를 최대한 발로 뒤며 유권자들을 만나는 전략을 세웠다. 이날 강 후보는 오전에 나들이를 나온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해 효창공원, 이촌한강공원 등을 돌고, 오후에는 주거 밀집지역인 보광동 일대와 이촌역 일대를 돌면서 유권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명함을 건넸다. 그는 “부족한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뛰는 방법 밖에 없다”며 “이와 함께 SNS를 적극 활용하고 틈만 나면 전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가 내세우는 최대 장점은 서울시에서 30년 간 근무하며 쌓아 온 시정 경험이다. 그는 “서울시라는 거대 도시에서 부시장까지 지내면서 도시 운영을 배우고 시민 생활과 관련된 직접적인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강점이 있다”며 “스스로를 도시성장 전문가, 행정의 달인으로 부르고 싶다. 유권자들이 실력을 갖춘 후보를 현명하게 판단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산가족공원에서 만난 이촌동 주민 박모(38)씨는 “현 정부가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1번’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라며 “개발이 밀린 용산구 내 지역 숙원사업들을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영세 미래통합당 서울 용산 후보가 5일 서울 용문동 용문시장의 한 상점에서 유권자와 주먹을 맞대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진동영기자

◇정치경험 바탕 ‘큰 일꾼’ 내세워=서울 영등포을에서 3선을 지냈고 박근혜정부에서 주중대사를 지냈던 권 후보의 최대 강점은 ‘정치적 경험’이다. 권 후보에게 자신의 최대 강점을 묻자 “일해 본 사람, 큰 일꾼”이라며 “용산의 개발을 위해서는 의지를 갖고 실천에 나설 ‘경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 역시 이날 유권자들을 만나는 데 애를 먹었지만 상대적으로 그를 먼저 알아보는 시민들이 많았다. 용문동 용문시장에서 만난 한 60대 부부는 시장에서 산 떡을 건네며 “응원한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 어르신은 “명함은 받을 필요도 없다”며 “이미 누군지 잘 안다. 2번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은 두 사람이 판박이에 가깝게 비슷했다. 권 후보 또한 강 후보가 이날 선거운동을 다닌 공원과 상점가 등을 시차를 두고 방문했다. 확성기를 사용하거나 대규모 선거운동원을 대동하는 대신 서너 명의 소규모 수행원만 대동한 채 골목골목을 누볐다. 대로에는 권 후보 유세차량이 돌아다녔지만 음악을 틀거나 확성기로 지지를 호소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았던 탓에 권 후보 측은 사람이 많은 곳 위주로 즉흥적으로 일정을 바꿔가며 유세에 나섰다. 용문시장에서 만난 김모(64)·홍모(60)씨 부부는 “진영 의원을 지금까지 지지했지만 당적을 바꾼 후 지역이 발전한 것이 전혀 없다”며 “지역별로 발전 편차가 심한데 경험이 풍부한 권 후보에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지도는 높지만 영등포을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풍부한 경험이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 후보를 비롯한 상대 후보들도 이 점을 지적하며 견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 후보는 “이 지역에 20년 가까이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 후보보다 더 오래 살았을 것”이라며 “용산 정치의 신인일 뿐 용산은 굉장히 익숙한 곳”이라고 반박했다.

용산에서는 두 후보를 비롯해 총 6명의 후보가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에 나선 상태다. 민생당에서는 권혁문 후보가, 정의당에서는 정연욱 후보가 용산 표심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김은희 민중당 후보와 김희전 국가혁명배당금당 후보도 시민들을 만나며 선거운동에 열을 올렸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4·15 총선 공식선거운동 첫 주말을 맞은 5일 서울 용산구 용문동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후보들의 선거홍보 현수막이 붙은 거리를 지나고 있다. /진동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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