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10조3,000억원을 하위 70%인 1,400만가구, 약 3,400만명에게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미 올해 예산에도 54조3,000억원의 현금복지예산이 반영돼 있다. 사실상 현금복지나 다름없는 일자리 예산에도 26조8,000억원이 배정돼 이 둘을 합하면 자그마치 81조1,000억원에 이르는 돈이 현금이나 다름없이 살포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엄청난 돈이 살포되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코로나 종합대책 20조2,000억원, 추경 11조7,000억원을 비롯해 1· 2차 비상경제회의의 민생안정패키지와 금융시장안정펀드 100조1,000억원에 다시 긴급재난지원금 10조3,000억원을 지출하기로 했다. 모두 142조3,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이다.
이 돈을 지원대상별로 보면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32조원, 중소·중견기업 지원 31조1,000억원, 증시안정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 등 금융시장안정 41조8,000억원, 소비진작 18조4,000억원, 감염병 방역과 의료인프라 구축 2조3,000억원 등이다. 소비부진이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감염병이 진정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인데 소비진작에 18조원을 쏟아붓는 반면 감염병 방역과 의료인프라 구축에 2조원만 투입하는 대책은 너무 근시안적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원담당 주체별로 분류해보면 재정 59조3,000억원, 산은· 수은 ·기은 등 금융회사 75조6,000억원,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5조원 등이다. 이 밖에도 한국은행의 한미통화 스와프 600억달러, 4월부터 시행되는 한은의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등이 지원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산은 ·수은·기은 등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입어 자본금이 줄어들어 건전성이 위협받으면 한국은행이나 재정이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재정과 한국은행 발권력이 담당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지출하고도 이번 코로나 위기의 터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실정이다. 당장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37조원, 기업어음이 79조원으로 합이 116조원에 달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상반기 중 56조원, 하반기 중에 60조원이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중 중신용도 이하가 43조원으로 상반기 중에만 28조원이 만기가 돌아온다. 설상가상 코로나 사태로 기업수익이 급전직하 악화되면서 기업신용이 연속 하향 조정되고 국고채와 회사채 수익률 간의 스프레드는 계속 벌어져 위기 수준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채안펀드 20조원, 증안펀드 10조원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부실 채권을 인수해 처리할 부실채권펀드도 필요한 실정이다. 그런데 이런 위급한 상황은 도외시한 채 다시 긴급재난지원금 10조3,000억원을 1,400만가구에 가구당 평균 100만원으로 현금 살포한다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계비가 지급되고 있어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등을 모두 받는 경우 최대 500만여원 안팎까지 지원되는데 이번에 다시 이 계층에 300만여원 정도가, 소득 50~70% 계층에도 180만원 정도가 지원된다고 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이 이미 4%를 넘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 재정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국민 모두가 마른 수건도 다시 짜면서 위기의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시기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경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부문으로 한정해 아껴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경제위기가 코로나 사태 외에도 소득주도 성장 등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가 붕괴되고 있는 데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것이므로 정책기조 전환이 없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