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생사기로…산은, 조만간 입장 발표

마힌드라 투자액 400억으로 줄어
산은 대출 연장 못하면 부도 위기

쌍용자동차가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신규 투자 거부로 정상화 9년 만에 다시 생사의 기로에 섰다. 마힌드라의 한국 시장 철수설이 불거지자 쌍용차(003620) 측은 3개월간 4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만큼 사업철수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현재 영업실적 악화로 부분자본잠식 상태인 쌍용차는 산업은행 등의 대출금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부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은은 쌍용차 지원과 관련한 입장을 논의해 밝힐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4면

5일 업계에 따르면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쌍용차 신규 지원 중단 발표 후 3~4일 이틀에 걸쳐 노조와 화상통화를 했다. 고엔카 사장은 “한국 시장을 철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400억원 지원은 기존에 약속한 2,300억원과 별도로 지급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쌍용차도 이날 “자체적으로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통해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현재는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산은은 그동안 쌍용차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충분한 대주주 지원,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경영정상화 계획 제출 등을 요구해왔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대주주의 의지 등을 다시 확인한 후 시나리오 점검을 거쳐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 지분 72.85%를 5,500억원에 인수한 뒤 유상증자를 통해 2013년 800억원, 지난해 500억원을 투입해 현재 지분율은 74.65%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애초 약속했던 2,300억원 지원안을 철회하자 재계는 지난 2008년 상하이자동차를 떠올렸다.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쌍용차를 5,900억원(지분 48.9%)에 2004년 인수한 상하이차는 경기악화와 판매부진에 유동성이 악화되자 발을 뺐다. 유동성 공급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마힌드라가 사실상 쌍용차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쌍용차는 일단 3개월간 투입되는 400억원으로 버텨야 한다. 하지만 당장 오는 7월 산업은행 만기 상환 900억원은 발등에 불이다. 경영쇄신 방안을 추진하며 신규투자 자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선뜻 신규 투자를 결정할 대상을 찾기는 어렵다.

마힌드라는 특별이사회에서 기존에 추진했던 2,300억원 규모의 자금 투입 계획을 파기하고 임시 운영자금으로 400억원만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마힌드라가 유동성 위기 우려가 불거지는 쌍용차에 인공호흡기만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마힌드라 자금투입, 쌍용차 자구노력, 산은의 지원으로 5,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마련해 2022년까지 쌍용차를 흑자전환하겠다는 계획은 물 건너간 셈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독자 생존’을 주문했지만 매각 자산 가치가 크지 않고 신용등급 역시 낮은 쌍용차로서는 현상 유지도 벅차다.


단기운영자금으로 마힌드라가 내놓는 400억원은 연간 인건비의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1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쌍용차로서는 400억원의 자금으로는 3개월을 버티기도 힘겨울 수밖에 없다. 물론 차량 판매 대금으로 연명해나갈 수도 있지만 코로나19사태 이후 판매가 급감하고 있어 어렵다. 3월 쌍용차의 판매실적은 전년 대비 29%나 하락했다.

여기다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도 연장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산은과 쌍용차는 5월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6월 만기 연장을 두고 협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쌍용차는 전적으로 산은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의 만기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산은이 만기 연장을 하지 않을 경우 쌍용차는 사실상 부도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산은이 만기연장을 해준다고 해도 문제다. 쌍용차는 계속되는 적자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앞서 쌍용차의 감사인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 쌍용차 감사보고서를 통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의 실적 악화가 심화하고 빚을 갚을 능력도 현저하게 떨어져서다. 감사인이 쌍용차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건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10년 만이다. 쌍용차의 영업이익은 3년 연속 적자다. 2017년 652억원, 2018년 642억원, 2019년에는 2,81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문제다. 2017년 190.01%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97.4%까지 치솟았다. 자본잠식률도 46.2%까지 올라갔다. 문제는 판매도 꺾였다는 점이다. 2018년 내수 10만9,140대 이후 지난해에는 1.2%가량 떨어진 10만7,789대를 기록했다. 신차가 없는 쌍용차 입장에서 판매량 반등은 요원해 올해도 적자 경영은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관건은 대주주 마힌드라가 추가 투자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쌍용차 노사는 추가 투자에 희망을 걸고 있다. 노사는 “마힌드라가 철수 의사를 밝힌 게 아니다”라며 마힌드라가 추가 투자할 때까지 자구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쌍용차는 4일 임원진 긴급회의를 열고 “대주주 마힌드라의 신규자금 지원 차질에도 경영쇄신 작업을 추진해나가겠다”며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비롯한 현금확보로 단기 유동성에 문제 없도록 하겠다”고 5일 밝혔다. 쌍용차 관계자는 “부산물류센터 매각 건은 매수자와 구체적인 조건을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며 “올해 유동성 문제는 없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쌍용차 노사는 고강도 자구안을 시행해나가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자구안을 내고 상여금 200% 반납(800%→200%), 생산성 격려금(PI)·생산격려금 반납, 연차 지급률 150%에서 100%로 축소, 임원수 축소 및 급여 절감 등 추가 비용 마련을 위한 고통 분담을 결정했다.

다만 400억원 지원과 관련한 마힌드라의 속내를 두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노조와 정부 측에서는 마힌드라가 계속 경영 의지를 갖고 2,300억원 중 400억원을 분할납입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쌍용차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코로나19로 유동성 우려가 생기니 2,300억원 전액 지원이 어려워졌다고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마힌드라가 정치권 압박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5,000여명 근로자의 일자리가 걸린 쌍용차 지원 문제를 부각시켜 지원을 받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1월 파완 고엔카 사장이 산은 및 정치권을 두루 만났지만 지원 약속을 받지 못하자 자금 지원을 3월로 미뤘다”며 “정부 반응이 지지부진하자 코로나19 등 위기가 극대화된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서종갑·김우보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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