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찬양 노을 대표 "휴대형 AI진단기, 피 한방울로 질병 밝히죠"

혈액·조직검사 결과 15분이면 OK
내년까지 혈액암 진단기 출시 예정
대형병원 집중화 탈피 도움 될 것



임찬양 노을 대표가 자동진단기기 마이랩과 혈액 카트리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노을

“휴대할 수 있는 자동화기기로 동네병원에서도 감염병이나 암 진단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병원을 편히 이용할 수 없는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진단기기가 되겠지요.”

바이오 진단 스타트업 노을의 임찬양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체개발한 진단기기 마이랩이 현재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환경을 탈(脫)집중화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마이랩은 실내가습기 정도의 크기다. 대형병원 진단검사실에서 현미경으로 봐야 가능한 혈액 및 조직 검사, 진단이 이 작은 기기 안에서 모두 구현된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질병 진단은 혈액·조직을 염색하고 현미경으로 혈구 모양 등 혈액형태를 분석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는데 마이랩은 이를 진단솔루션과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무게 10㎏ 상자 안에서 자동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제외하고 말라리아 등 혈액병, 빈혈 등의 진단이 가능하고 혈액암 등을 진단하는 기기는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혈액염색 장비 안에 AI를 결합한 기기는 마이랩이 처음”이라며 “독자 개발한 AI 판독 알고리즘으로 혈구 이미지 등을 분석해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혈액염색에서 쓰는 액체방식과 달리 노을은 일회용 칩(랩온어칩)을 이용한 고체염색을 선택했다. 액체염색에 필요한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도 피 한방울을 떨어뜨린 칩 형태의 카트리지를 기기에 넣으면 15분 만에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기 해외판매가는 4만~5만달러 수준”이라며 “지난해 국내와 유럽에서 사용승인을 받고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을은 원천기술로 국내외에서 10개의 특허등록을 마쳤고 60개를 출원 중이다. 기술 스타트업으로서 노을의 독보적 위치는 임 대표 등 4명의 창업자에 의해 다져졌다. 4명 중 임 대표 등 3명이 같은 서울대 전자컴퓨터 전공이며 현재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맡고 있는 이동영 전 공동대표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의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바이오전문가다.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직을 마치고 귀국한 뒤 임 대표 등과 2015년 회사를 세우고 자동진단기기 개발을 주도했다.

국내 1세대 벤처인 메디슨에서도 근무했던 임 대표는 “정보기술(IT)과 바이오 융합으로 의료 분야 혁신을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창업했다”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경쟁력 있는 우리나라의 IT가 바이오 기술을 흡수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 지역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는 노을은 오는 하반기 해외판매에 나선다. 벌써 5개국 이상으로부터 선주문을 받았다고 소개한 그는 “중소형 병원 수요가 많은 유럽 국가들의 주문이 많다”며 “검진 전문인력의 인건비를 줄이고 야간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자동진단기기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을은 세균·박테리아까지 검진 영역을 넓히고 현재 대형병원에서 감별하는 항생제 내성 판독이 가능한 기기를 내년에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의료 현장에 더 다가서는 의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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