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의 공연 영상화 사업 ‘싹온스크린’의 제작진이 공연 실황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예술의전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주요 공연장이 멈춰 섰다. 무대를 잃은 것은 예술가와 스태프뿐만이 아니다. 풍성한 라인업을 기대하던 관객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이에 각 공연단체는 온라인으로 주요 작품의 녹화·라이브 영상을 내보내며 관객을 ‘방구석 공연장 1열’로 초대하고 있다. 뜨거운 열기부터 무거운 적막, 미세한 움직임까지. 무대의 모든 것을 영상에 담아내는 작업은 어떻게 이뤄질까. 예술의전당 문화영상사업부에서 공연 영상화(싹 온 스크린)를 담당하는 신태연 제작 PD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공연 영상은 현장의 생동감 그 이상을 추구한다. 장비도 ‘고화질·고음감’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신 PD는 “싹온스크린은 영화관 상영이 최종 목적이라 4K 카메라와 5.1채널의 음향을 고집한다”고 밝혔다. 카메라는 한 편 당 평균 10대, 많게는 20대를 쓴다. 오페라 ‘마술피리’는 카메라 15대에 마이크 100개가 투입됐다. 연극 ‘페리클레스’는 3일에 걸쳐 카메라 9대로 촬영을 했는데, 일별 카메라 위치를 변경하기 때문에 총 27대를 동원한 효과가 난다고. 싹온 스크린 촬영 날엔 서울에 있는 모든 장비가 예술의전당으로 모인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게 신 PD의 설명이다. 동원되는 스태프 또한 편당 50명이 넘는다.
예술의전당 공연 영상화 사업 ‘싹온스크린’의 신태연 제작 PD가 공연 영상 촬영 중 무대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다./사진=예술의전당
촬영 방식은 공연 전체를 한 번에 찍는 ‘원테이크’가 원칙이다. 출연자의 호흡이나 톤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첫회 촬영은 무조건 전체를 한 번에 담아내고, 2회차부터 부분 촬영을 한다. 사실 촬영도 힘들지만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건 보정·편집 등 후반 작업이다. 편당 제작기간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7개월. 음향이 중요한 클래식은 영상을 음향에 맞추는 정교한 작업이 필수라 별도 녹음을 수차례 진행한다. 실내 악단 노부스 콰르텟의 실황 영상 역시 녹음만 7차례 진행했다.
고급 장비에 긴 제작기간까지. 이제 궁금해지는 건 비용이다. 평균 소요 비용은 편당 1억원이지만 대규모 공연의 경우 3억원 이상이 들기도 한다. 대형 뮤지컬은 저작권 비용만 1억이 넘는다.
공연 영상을 ‘무대 녹화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빗소리나 발걸음 소리 등 공연에서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 효과음을 만들어 입히는 ‘폴리’는 후반 작업의 단골이다. 연극 ‘보물섬’의 경우 편집 때 실감 나는 표현을 위해 파도·기러기 음향을 새로 만들어 추가했다. 아예 다른 장르로의 변주에 나서기도 한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는 연극 버전과 영화용 버전을 나눠 영상을 만들었다. 연극 버전의 카메라 워킹이나 음향이 객석에서 보고 듣는 특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영화용은 롱테이크·슬로모션·클로즈업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했다. 영화용은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돼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공연의 영상화는 그저 녹화·녹음 버튼을 누르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신 PD는 “촬영·편집 때 장르·작품별 특성을 반영하려면 사전 학습도 정말 중요하다”며 “제작 전반에 많은 이들의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요즘 ‘공연 영상을 보니 현장에서도 꼭 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 뿌듯하다”며 “영상은 공연의 대체재가 아니라 공연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매개체로 더 진화해갈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