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독려하더니...사후관리 나몰라라"

■ 대출 막혀 폐업 위기 김상완 플라밍고 대표
스마트점포로 주목받은 스타트업
코로나에 사업계획 '올스톱'인데
기준 미달이라며 특례보증 안돼
허울만 좋은 홍보성 정책에 실망

김상완 플라밍고 대표가 6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플라밍고의 스마트 점포 카페 ‘밍고’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승기자

“아침 매장에 출근하면 ‘급전’ 대출 광고지가 수도 없이 뿌려져 있습니다. 그걸 볼 때마다 급한 대로 이런 곳에서 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는지 강한 유혹에 시달립니다. 정말 이제는 더 잃을 게 없습니다”

6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플라밍고가 운영하는 스마트 점포 ‘밍고’에서 만난 김상완(사진) 플라밍고 대표는 처절한 심정부터 토로했다. 김 대표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추가 대출 보증을 받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찾았다 매출 기준 미달로 거절 당했다. 김 대표는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심정으로 얼마 전에는 은행에 ‘코로나 대출’을 받으러 들렀지만 ‘대출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아마도 이달 내로 점포는 폐업을 하지 않을 까 싶다”고 말했다. 절박감을 넘어 무력감마저 느껴졌다.

복기해보면 김 대표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올 2월만 해도 청와대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형식의 정부 보고에 혁신 기업 대표로 초대됐고, 앞서 지난해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 당시 혁신 기업 대표로 경제사절단에 동행할 만큼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7년 창업한 스타트업으로서 대단한 기회를 잡은 셈이다. 특히 스마트 점포 모델 하우스 격인 카페 ‘밍고’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매출을 비롯해 고객의 취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소상공인에게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바로 이 점포 때문에 플라밍고는 올해 초 청와대에 초청을 받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과 소상공인 상점에 스마트 점포 100곳을 만들어 보자는 계획도 세웠고, KT를 비롯해 이랜드 리테일의 킴스클럽과도 스마트 점포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중단됐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플라밍고의 스마트 점포 카페 ‘밍고’. 밍고에는 손님이 방문하면 카메라가 작동해 손님의 성별, 나이 등을 파악해 메뉴를 추천하는 등 인공지능(AI)를 적용한 시스템이 가동된다. /연승기자

김 대표는 ‘코로나 안정자금’이 자신과 같은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겉만 번드르르한 홍보성 정책일뿐’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스타트업에 특례 보증을 통해 지원한다고 해서 ‘이제 살았다’는 심정이었지만, 막상 대출을 받으려니 ‘기존 대출이 있어 안된다’ ‘매출기준 미달로 안된다’ 등 말만 듣고 있다”며 “대체 정부가 말하는 특례 보증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절규하듯 말했다.

그는 정부에 “배신감이 든다”고도 했다. 처음에는 청년 창업을 독려하고 지원을 해주지만 이후에는 문제가 생겨도 나 몰라라 하는 태도에 실망했다는 것. 김 대표는 “청년에게 ‘혁신적 스타트업이 미래의 먹거리’라며 창업을 독려하던 정부에 버림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한 지 불과 2~3년 만에 누구도 예상 못한 코로나와 같은 재난 상황으로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모색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호소했다.

스타트업 대표로서 차마 꺼내기 힘들었던 ‘을’의 입장도 들려줬다. 스마트 점포 등 플라밍고가 개발한 아이디어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심이 아이디어를 뺏기고 있다는 느낌으로 이어졌다는 것. “(프리젠테이션에서)기술을 설명해 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다 드러낼 수밖에 없는데 간혹 ‘우리 아이디어가 어딘가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예비 창업가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코로나 사태 같은 비상시국이 발생했을 때)과연 생존할 수 있을 지를 항상 염두에 두세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