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일본의 미래차 비전과 전략

문석수 인하대 기계공학과 교수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자동차 신시대 전략회의’를 열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일본의 미래차 비전을 구체화했다. 최근 발표된 미래차 장기전략의 핵심은 오는 2050년까지 웰투휠(well-to-wheel) 기준 제로배기(zero-emission)를 이루는 것이다. 일본은 차량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80% 삭감,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를 활용한 차량의 효율적 이용, 전력 및 수소생산의 제로배기화를 주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난 2010년 대비 80% 삭감하겠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가장 도전적인 목표치다. 일본은 이를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차량의 전동화 및 수소화를 이루기 위한 배터리·모터·연료전지의 기반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내연기관의 초고율화에도 힘을 쏟아 2030년까지 내연기관의 60% 효율을 목표로 원천기술을 개발한다. 연료의 제로배기화를 위해 바이오 연료의 개발 및 도입도 촉진한다. 차량 경량화를 위해 차체 프레임의 중량을 최대 50%까지 줄이기로 목표를 세웠다. 자율주행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인력 양성 및 공급체인의 기반 강화를 꾀하기로 했다.


일본의 미래차 비전은 얼핏 보면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우선 편의성보다는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부분의 기술개발 목적은 친환경에 수렴하고 있다. 또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전동화가 많이 진행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의 초고율화 및 제로배기화를 미래차 비전의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친환경이라는 큰 주제에서 내연기관의 효율성 강화를 중요한 과제로 삼은 것이다. 일본은 이 같은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전략도 가동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국가성장동력 분야를 지원하는 ‘전략적 이노베이션 창조프로그램(SIP)’의 필두 과제로 내연기관의 50% 열효율 달성 및 연구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혁신적 연소기술’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이다.

일본 미래차 비전의 핵심은 당분간은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잡고 산업경쟁력 확보와 환경개선 효과의 극대화에 힘을 쏟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긴 시간 축에서 보면 청정 전력 인프라 및 전기 수소차를 이용한 제로배기의 시대로 나아가려 하지만 시간 축을 무리하게 앞당기려 하지는 않는 듯하다.

우리나라처럼 부존자원이 적고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일본의 미래차 비전을 살펴보는 것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우리의 상황에 맞는 키워드와 시간 축은 무엇인지 일본의 상황과 비교하며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다가올 10년에 대한 우리의 미래차 기술 비전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조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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