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지난달 급락 이후 반등장에서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현상이 줄고 미국이나 일본·유럽 등과 비교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정도도 완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증시가 강세를 보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강화되는 가운데 각국 증시에서 글로벌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지수의 하방 지지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85%(66.44포인트) 오른 1,791.88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1,800선 탈환을 눈앞에 뒀다. 이에 따라 지난달 19일 1,457.64를 기록하면서 최저점을 찍었던 코스피지수는 12거래일 만에 22% 이상 오르면서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글로벌 주요 증시 중 지난달 최저점에서 20%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코스피지수가 유일했다. 미국 3대 지수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지수, 나스닥지수(3일 기준)는 지난달 최저점 대비 각각 13.23%, 11.23%, 7.47% 상승했다. 독일의 ‘DAX’지수는 최저점 대비 12.84%, 프랑스의 ‘CAC 40’지수 역시 10.6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에서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이 월등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24일 2,660.17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4일 2,763.99까지 회복해 3.90% 상승했으며 홍콩H지수는 지난달 19일 8,559.64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13%가량 상승했다. 한국 증시와 가장 비슷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대만 자취엔지수도 지난달 19일 8,681.34까지 하락했다 6일 기준 9,818.74까지 회복했지만 최저점 대비 상승률은 13.1%로 코스피지수에 미치지 못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최저점 대비 12.22% 상승에 그쳤다.
코스피지수의 반등이 글로벌 증시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우선 지난달 주가 하락폭이 다른 증시에 비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올해 최고점 대비 35.71% 빠졌다. 이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37.09%)보다는 하락폭이 적지만 S&P500지수(-33.92%), 나스닥지수(-30.12%)보다는 컸고 일본·중국·홍콩·대만 등과 비교해서도 더 많이 내렸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 국내 증시가 다른 국가 증시보다 저평가돼 있었다는 점에서 지난달 낙폭은 과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함께 위험자산 회피로 글로벌 자금이 증시에서 대거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서는 이른바 ‘동학개미’를 앞세운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세를 이어가면서 증시의 추가 약세를 막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9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들은 3조4,835억원어치 주식을 매수하면서 연기금(1조1,083억원)과 함께 외국인 투자가들이 내놓는 물량(4조7,337억원)을 대부분 흡수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의 순매수 랠리가 지수를 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개인 수급은 기본적으로 지수 하방을 지지하는 형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지수의 하한선을 지탱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한풀 꺾이자 지수의 반등이 가팔랐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강한 매수랠리에 나선 개인들은 이날 8,44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일부 차익을 실현했다. 개인이 순매도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달 24일 이후 9거래일 만이다. 하지만 개인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주가 수준으로는 여전히 개인들이 손실을 보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매수 평단가가 5만2,422원 정도로 현재 주가와 비교했을 때 7%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 이후 최저점에서 빠르게 반등했지만 시장 전망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당장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1·4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데 기업들의 실적 부진 정도가 우려보다 심각할 경우 반등세를 꺾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가속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