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주파수 재할당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격 산정 방식을 두고 정부와 이동통신 업계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산정 방식에 따라 3조원에서 최대 10조원까지 ‘고무줄 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 업계는 재할당 대가 산정시 과거 경매 가격 연동 등 일부 규정에 의해 자칫 막대한 금액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2G·3G·4G 의 총 320MHz 주파수 폭을 내년에 재할당 받아야 한다. 이는 3사가 보유한 주파수(5G 제외)의 78%에 이른다. 과기부는 오는 6월 재할당 여부를 결정한 뒤 12월까지 가격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통신사들이 재할당 가격 수준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재할당 대가 산정 기준은 전파법에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주파수 실제 매출액과 예상 매출액을 혼합한 금액의 3%가 기본 원칙이다. 이에 더해 시행령에서 과거 경매 낙찰가격도 추가로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통신사들은 신규 주파수도 아닌 2G·3G·4G를 과거 경매가까지 연동하면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파수는 기존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5G 시대엔 이전 주파수의 매출이 계속 감소할텐데 최고 가격을 적어 냈던 예전 경매 가격을 반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매출의 3%만 반영(5년 할당, 매년 매출 3% 증가 가정)할 경우 재할당 예상 가격이 1조 4,361억원이지만 경매가를 50%만 추가 반영해도 가격이 2조 8,761억원까지 급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할당 기간이 5년이 아닌 10년으로 2배 늘어나고 경매가 반영도 50%가 아닌 100%로 늘어난다면 최대 10조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과기부 관계자는 “전파법에서 정한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적정 가치를 환수하는 것이 자원배분 정책의 기본”이라며 “원칙에 입각해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과기부가 통신사의 예상 매출액을 추산해 재할당 대가 산정에 반영하는 것 역시 논란이다. 이에 따라 신규 주파수와 달리 주파수 재할당은 사업에서 발생한 매출을 고려해 대가를 산정하도록 한 ‘전파법’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말 발의되기도 했다. 당시 과기부는 “재할당은 법적 성질에 있어서 신규 할당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라며 반대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선 과기부가 매출 산정 근거라도 공개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재할당 대가 수준을 예측할 수 있어야 미리 예산 수립 등을 진행할 수 있는데 현재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예상 매출액과 매출 산정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해외의 경우 국내에 비해 재할당 대가를 낮게 산정하거나 아예 면제해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사업자가 할당받은 주파수로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법 위반을 하지 않으면 대가 없이 사용기간을 계속 연장해준다. 일본도 사업자의 실제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전파 이용료 이외에 별도의 주파수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13년 1.8GHz 대역의 주파수(900MHz 폭)를 지난 2013년 재할당할 때 1MHz당 12억원의 대가를 책정한 바 있다. 반면 국내는 지난 2016년 2.1GHz 대역 80MHz 폭을 5년간 재할당할 때 1MHz당 28조 4,000억원을 부과했다.
/권경원기자·김성태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