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코로나19 확산 사태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망을 소폭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본격 반영될 2·4분기 실적은 1·4분기 실적 대비 크게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반도체 실적에 따라 이익 하락 추세 방어가 어느정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7일 올 1·4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기 대비 매출은 8.15%, 영업이익은 10.61%씩 줄었다. 반면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98%, 영업이익은 2.73%씩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52조3,900억원의 매출과 6조2,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는 59조8,800억원의 매출과 7조1,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증권사 컨센서스가 영업이익 6조3,000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최근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영업이익 기대치를 낮추며 5조원 후반대로 전망한 곳이 많았다는 점에서 실적 선방이 도드라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부문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리츠 증권 등 증권가에서는 반도체(4.1조원), 디스플레이(-0.36조원), IM(2.4조원), CE(0.4조원), 기타( -0.15조원) 부문 중 반도체가 압도적인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IM과 CE 등 세트부문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반도체 등 부품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셈이다. 분기 평균 환율이 전분기 달러당 1,175.8원에서 올 1분기 1,193.6원으로 상승한 것 또한 실적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부터 시장의 기대를 소폭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으며 삼성 특유의 저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각각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들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이른바 ‘언택트 경제’가 자리잡으며 서버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향후 메모리반도체 수요 상승이 예상된다. 퀄컴, IBM, 바이두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도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1위 업체인 소니를 맹추격하고 있는 이미지센서 분야와 삼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DDI(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분야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도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사업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갤럭시S20 등의 평균판매가(ASP) 상승으로 어느정도 실적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과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ELD) 주요 매입처인 애플의 수요 부진 등으로 3,6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CE 부문 또한 TV 판매량 감소 등으로 실적이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19로 올 1분기 TV 출하량 예상치는 8.6%, 노트북은 20.3%, 모니터는 9.7%, 스마트폰은 10.7%, 자동차는 18.1%씩 각각 낮춘바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은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 부분이 좌우할 전망이다. 가전이나 스마트폰 공장과 달리 한국, 중국, 미국 등에 자리한 반도체 공장은 생산 차질이 없어 공급 부문에는 문제가 없다. 최근 극자외선(EUV) 공정을 1x D램 양산에 활용하는 등 기술 고도화도 계속 진행중이다.
문제는 수요다. D램 반도체 수요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모바일 부문이 최근 스마트폰 판매량 급감으로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5G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D램 용량 확대가 예상됐으나 코로나19로 각국의 5G 로드맵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PC용 D램은 올들어 고정거래가가 소폭 반등하며 지난달 DDR4 8Gb 1개당 고정거래 가격이 2.94달러를 기록했지만 했지만 지난 2018년의 고점(8.19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재택 근무 증가로 노트북 등의 수요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글로벌 경기 하락에 언제든 수요가 꺾일 수 있다. TV나 그래픽 장치 등에 들어가는 D램 수요도 일부 하락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반도체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재택 근무와 언택트 소비가 늘어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도입 추세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어질 경우 클라우드 시장은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DDR4 32GB 기준 서버용 D램 가격은 지난연말 106달러에서 지난달 121.3달러로 상승하는 등 올들어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서버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8.2%늘었을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AI)과 차량용 반도체 산업 성장,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 증대, 5G 통신망의 본격적인 확산 등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는 성장이 예상된다”며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올해 공정 전환 중심의 투자 진행에 따른 공급량 조절로 안정세를 띨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메모리에서 4세대 10나노급 D램과 7세대 V낸드 개발로 기술 격차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별화된 제품 개발을 통해 신성장 시장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