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온라인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오프라인 지점, 특히 고액자산가 위주의 자산관리 서비스에 집중한 반면 ‘저수익 고객’인 온라인 서비스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그러나 최근 비대면 계좌를 통한 개인투자자 유입이 급증하자 고객기반 확대, 수익창출, 효율적인 인력 활용 등 ‘1석3조’의 효과를 노리고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에도 인력과 자원을 적극 투입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005940)의 온라인 고객상담 건수가 최근 하루 평균 150건에 달해 연초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월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자산관리 어드바이저들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관리센터를 출범시켰다. 설립 당시 하루 평균 70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달에만 31만7,000건에 달하는 신규 비대면 계좌 고객이 유입되면서 온라인 상담 수요도 급증했다. 이 센터에는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43명의 자산관리 상담사가 국내외 주식,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한 투자 조언을 제공한다. NH투자증권의 김봉기 Digital자산관리센터장은 “요즘에는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대형주와 함께 코스닥의 제약 관련 주, 유가 관련 상품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모바일상에서 분야별로 원하는 직원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별도의 플랫폼을 출시해 상담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KB증권도 올해 2월 서울 강서구 마곡에 ‘프라임(Prime)센터’를 개설하고 소액투자자 및 온라인 고객들이 언제든지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온라인 상담뿐 아니라 자체 온라인 콘텐츠도 제작해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달 6일 ‘코로나19 이후 산업 변화 속 기회 찾기’를 주제로 진행한 웹 세미나에는 동시 접속자 수가 1,200명을 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온라인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 정보 및 특판 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는 유료 구독 서비스인 ‘프라임클럽서비스’도 이달 중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증권(016360)도 5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PB로구성된 디지털상담팀에서 전화상담을 통해 투자 정보 및 조언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한 관계자는 “지점을 찾을 시간이 없는 직장인이나 전문직들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후 최종 투자 전에 크로스체크를 하기 위해 전문가와의 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온라인 고객의 질문 난도가 높아 적절한 응대가 가능한 전문인력을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대우(006800)는 이미 지난해 8월 비대면 컨설팅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연금자산관리센터와 고객솔루션센터를 합쳐 고객솔루션본부를 출범시켰다. 이곳에는 영업점과 본사 각 부서에서 평균 20년 수준의 오랜 업무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배치됐다. 미래에셋대우의 한 관계자는 “총 8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고객 성향에 기반한 투자 상담과 자산배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수익창출 기회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비대면 계좌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은 거래수수료가 거의 없는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 ELS 등 금융상품, 펀드 가입에도 관심이 높아 증권사들에 더 이상 ‘저수익 고객’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당장 높은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고객을 확보한 증권사일수록 향후 다양한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온라인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고객기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온라인 고객 전담팀은 인력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비대면 고객이 늘면서 전문적인 상담 수요도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급증하는 추세”라며 “전문성을 갖췄지만 오프라인 지점에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던 직원들이 온라인 PB로 활약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