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오른쪽) 국무총리가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고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가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7일 정부가 공개한 ‘2019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는 위기 때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재정 건전성이 얼마나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1·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이어 3차 추경까지 거론되고 있어 올해 재정 건전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라 곳간 사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다. 들어온 돈(총수입)에서 나간 돈(총지출)을 뺀 값인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12조원 적자를 냈다. 473조1,000억원이 들어왔는데 이보다 많은 485조1,000억원을 썼다. 적자 가계부를 쓴 셈이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지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네 차례(1998·1999·2009·2015년)에 불과했을 정도로 극히 드문 일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는 0.6%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빼 보다 실질적인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무려 54조4,000억원 적자를 냈다. 2009년(43조2,000억원 적자)보다 적자폭이 10조원이나 크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역시 2.8% 적자를 내 2009년 3.6% 적자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중앙·지방정부 국가채무(D1)는 1년 전보다 48조3,000억원 늘어난 72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GDP 대비로는 38.1%에 달한다. 2018년 35.9%보다 2.2%포인트 급등했다. 애초 정부가 중기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제시한 37.1%보다도 1%포인트 높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정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 발행이 늘어 국가채무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정상황이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대응 논리에 편승한 포퓰리즘이 득세하며 돈 쓸 일이 지난해보다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쿠폰 지급 등을 위한 1차 추경(11조7,000억원 규모)에 이어 긴급재난지원금 목적의 2차 추경(7조1,000억원 규모)이 추진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벌써 3차 추경 얘기가 나온다. 3차 추경 편성은 51년 만의 일이다.
1차 추경만으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로 치솟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1%로 악화한다. 재정당국은 2차 추경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 없이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전액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3차 추경까지 편성되면 재정 건전성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차 추경만으로도 오는 2023년 국가채무비율이 5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5년 새 10%포인트가량 급증하는 것이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써야 할 때는 써야겠지만, 건전성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