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7일 오전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 교차로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홈그라운드’ 격인 호남을 찾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호남에서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과 함께 민생당 현역 의원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4·15총선 공식 선거운동 엿새째인 7일 자신이 출마한 서울 종로 지역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8일에는 이번 총선에서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을 방문해 김비오·김영춘·류영진·배재정 후보 등의 지원 유세에 나선다. 이 위원장은 지난 3일 강원도, 6일 경기도를 찾아 민주당 후보들을 측면 지원했지만 호남은 방문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와 대조된다. 김 전 대표는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1박2일 일정으로 전북과 광주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전북 순창에서 태어난 김 전 대표의 조부 김병로 선생의 생가를 찾는 등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이 홈그라운드 격인 호남을 찾지 않는 것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 위원장은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고 전남 함평·영광 지역구에서 4선 의원, 전남지사를 지낸 ‘호남 적통’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해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대결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에 앞서고 있지만 최근 지지율 차이가 20%포인트에서 10%포인트 내외로 좁혀지면서 안심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초록 돌풍’ 조짐이 감지되던 지난 총선과 달리 호남에서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26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라 지역 응답자의 79%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봤다. 이번 총선에서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다수 당선을 기대한다’는 응답도 광주·전라 지역에서 65%에 달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호남지역 후보가 민생당 등의 후보를 앞서고 있기도 하다.
민생당 후보들이 판세가 급격히 기우는 것을 우려해 이 위원장의 호남 방문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온 이 위원장은 민생당 현역 의원들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 이에 민생당 후보들이 호남에서 과도한 ‘이낙연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철 광주 광산갑 민생당 후보는 6일 선거사무실에 ‘문재인 성공·이낙연 집권’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제21대 총선에서 광주 광산갑에 출마한 김동철 민생당 후보의 선거사무실에 지난 5일 파란색 바탕에 ‘문재인 성공, 이낙연 집권’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리고 있다. /김동철 후보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