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시민들의 심리상담 활동을 한 육군 병영생활 전문상담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육군
“처음에 가졌던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고 보람과 자랑스러움, 뿌듯함으로 채워졌습니다. 이렇게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상담관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육군 50사단 소속 전경옥(36) 상담관은 지난달 2일부터 31일까지 대구광역시 통합심리지원단에 합류해 상담 활동을 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육군은 13명의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이 대구에 내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된 시민들과 전화상담을 하며 심리적 안정을 도왔다고 8일 밝혔다.
육군은 대구광역시 요청에 따라 지원자를 모집했고 야전부대에서 근무하던 전문상담관들의 지원이 쇄도했다. 소속 부대 운영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13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22일간 하루 평균 400여명꼴로 총 8,500여명을 상담했다. 상담 시간만 2,200여 시간에 달했다. 하루 꼬박 8시간 동안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때론 함께 울고 웃었다.
제2경비단 소속 박미현 상담관은 “60대 여성분의 목소리에서 슬픔이 느껴져 물었더니 ‘엊그제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며 오열했다”며 “또 어떤 분이 ‘어머니를 모시고 링거를 맞으러 간 병원에서 어머니가 감염되어 확진 판정을 받아 세상을 떠나게 되셨다’라며 죄책감에 괴로워할 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박 상담관은 이어 “이번 상담을 통해 만나는 사람의 마음은 ‘아름답다’라는 표현 외에 달리 적절한 표현을 찾기 어려웠다”면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경험할 수 있었던 값진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3군단 소속 정관신(58) 상담관은 “원래 3월 16일까지 상담 기간이었는데 대구광역시에서 연장을 요청하자, 모두 한 마음으로 ‘같이 시작한 일이니, 마무리도 같이하자’라고 뜻을 모았다”며 “대구 시민들의 심리상담을 지원하러 갔지만 오히려 내가 마음의 부자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2군단 소속 김해은(46) 상담관은 “3주째 격리 중이라는 젊은 여성은 전화로 건넨 인사에 무덤덤하게 반응했다”면서 “그녀는 일주일 전부터 누워만 있고 싶고 기운이 빠진다고 했다. 수차례의 끈질긴 상담 끝에 동의를 얻어 정신건강센터에 긴급으로 연계해 지금은 건강을 되찾고 있다는 소식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육군은 “이들 상담관들에게 서욱 참모총장 격려 서신과 선물을 전달했다”며 “이들은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 소속 부대로 복귀해 장병 도우미인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임무를 수행한다”고 전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