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성장축 '솔루스' 매각으로 기우나

솔루스에 오너일가 지분 많아
사재출연 용도로 내놓을수도
담수플랜트도 매각 급부상 속
구조조정 자구안 수위 고민


국책은행들이 긴급자금 1조원을 지원한 두산중공업에 강도 높은 자구안을 주문하면서 자구안의 수위를 놓고 두산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룹 차원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채권단의 눈높이를 고려해 미래 성장축으로 꼽히는 계열사 두산솔루스 매각 카드가 자구안의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장이 유망한 계열사로까지 수술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이밖에 원전 사업만큼은 최고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두산중공업 담수플랜트 부문의 분리 매각을 비롯해 추가 인력 구조조정과 같은 혹독한 처방이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오는 27일 이전에 비용절감 방안과 비핵심 사업의 매각 등을 담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이 자구안을 제출하면 정밀 실사를 한 뒤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두산그룹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두산과 특수관계인들이 가진 두산솔루스 지분 중 51%를 넘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는 ㈜두산(17%)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44%)들이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은 만큼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사재 출연 용도로 내놓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물의 매력을 높이려면 경영권을 넘기지 않을 수 없다”며 “채권단의 오너 일가 사재 출연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두산솔루스는 디스플레이, 동박·전지박 및 바이오 소재 업체이며 우량 계열사로 꼽힌다. 한화투자증권은 이 회사에 대해 “두산그룹의 핵심 성장축”이라며 “올 하반기 본격적인 전지박 매출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인 실적 성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두산솔루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633억원, 381억원이었다.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두산솔루스의 경영권까지 내놓으면서 미래를 담보 잡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두산중공업 사업 부문 매각설도 꾸준히 제기되는 방안 가운데 하나다.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신사업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를 제외한 해수 담수화 사업과 플랜트 사업(두산메카텍), 원자력BG의 주단조 사업이 실질적인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들 사업 중에서도 담수플랜트는 원전과 더불어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원가경쟁력도 갖춰 자구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영업양수도 형태로 담수플랜트 사업을 매각하고 약 2,000억~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의 비주력 사업인 유통 부문(두타몰)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두타몰에 담보대출이 끼어 있어 자금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자구안의 ‘단골 메뉴’인 인력 구조조정도 자구안의 핵심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정비 절감을 위해 현재 추진 중인 일부 유휴인력에 대한 휴업을 확대 적용하는 등 감량 처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45세 이상 직원 2,6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일부 유휴인력에 대한 휴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리한 후 투자회사를 ㈜두산과 합병해 두산중공업 아래 두산건설만 남기거나 두산중공업이 가진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를 ㈜두산이 인수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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